위스키 시장이 '2강·1중·3약'으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2년간 출시된 신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이 반영된 판세다. 특히 업체간 실적 차이가 극명해 이 구도는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한 해 위스키 시장에 나타난 특징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디아지오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의 2강체제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전체 시장의 70%를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양사간 1위 다툼도 치열하다. 11월 말 현재 디아지오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는 36.6% 대 32.3%의 점유율로 디아지오가 4.3%포인트 앞서고 있다. 두 회사의 성공비결은 다(多)브랜드 전략. 디아지오측은 '윈저12''윈저17''조니워커''딤플' 등 4개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고 진로발렌타인스는 '임페리얼17''발렌타인17''발렌타인마스터스''임페리얼12' 등 4개 브랜드로 맞서고 있다. 두 회사의 8개 제품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번째 특징은 스카치블루(롯데칠성)가 3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카치블루의 급부상에 놀라고 있다. 주류회사가 아닌 음료회사의 술이 14.3%의 점유율을 기록한 점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눈치다. 스카치블루는 올해 극심한 불황으로 위스키 업계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와중에 유독 4.8%나 성장했다. 이런 까닭에 영업맨들 사이에선 "스카치블루가 위스키 주요 소비처인 야간업소 영업에 강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에 롯데그룹이 진로 참이슬을 인수할 경우엔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가 또 한 번 '해괴한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번째 특징은 신규 브랜드의 몰락이다. 기존 브랜드의 파워가 막강한 탓도 있지만 눈길을 끌 만한 시장공략책이 없었다. 하이스코트의 '랜슬럿'과 두산주류BG의 '피어스클럽17+1',페르노리카코리아의 '리볼브17'은 뒷심 부족을 겪고 있다. 랜슬럿은 광고 카피인 '천년의 전설'을 살리지 못한 채 점유율 5%대에 머물고 있다. 피어스클럽은 '저비용 고수익' 방침에 따라 소극적인 마케팅을 일관한 결과 점유율이 1%에도 미달하고 있다. 리볼브17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규 브랜드의 약세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들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지탱해줘야 위스키 시장이 경쟁지향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업계 관계자는 "전년에 비해 43.3%의 급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슈퍼프리미엄급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시장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내년엔 17년짜리 위스키 시장의 판도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