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나 아이언샷을 위한 그립은 세가지 정도 밖에 안되는데 비해 퍼팅그립은 십인십색이라고 할만큼 다양하다. 퍼트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되겠고, '퍼팅 그립만큼은 교과서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겠다. 올시즌 퍼트 때문에 고생한 골퍼들은 필드행이 뜸한 겨울철에 그립을 바꿔보는 것을 생각해볼 만하다. 단 그립을 바꿔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2003년 미국PGA투어 공식연감에 나와 있는 퍼팅그립과 그 특징을 알아본다. ◆ 리버스 오버래핑 그립 가장 일반적이며 전통적인 퍼팅그립. 오른손이 아래쪽에 위치한 상태에서 왼손 인지가 오른손가락을 감싸도록 하는 그립이다. 새끼 손가락이 롱게임 그립(오버래핑)을 할때와 반대라고 해서 '리버스'란 이름이 붙여졌다. 타이거 우즈, 최경주 등 대부분의 프로들이 이 그립을 택하고 있다. 거리조절이 쉬운 편이나 왼손목이 잘 꺾이는 단점도 있다. ◆ 로 레프트핸드(크로스 핸디드) 그립 '리버스 오버래핑 그립'과는 달리 왼손이 아래쪽으로 가는 그립이다. '로 레프트핸드'와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같게 취급한다. 왼손이 밑에 위치함으로써 두 어깨는 비교적 지면과 평행하게 되고, 결국 방향성이 좋아진다. 쇼트퍼트에 효용이 높으나 롱퍼트땐 거리조절이 쉽지 않다. 짐 퓨릭, 캐리 웹 등이 쓴다. ◆ 벨리 퍼터 그립 퍼터 길이가 보통 퍼터(33∼34인치)와 롱 퍼터(48∼54인치)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41∼47인치의 것을 쓴다. 퍼트할때 그립끝이 배에 닿게 함으로써 스트로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비제이 싱, 콜린 몽고메리 등이 이 그립의 주인공들이다. ◆ 롱 퍼터 그립 퍼터중에서 가장 긴 것을 사용한다. 그립끝을 가슴에 댄채 거의 선 자세로 퍼트할 수 있다. 이 퍼터는 등ㆍ허리부상으로 고생하는 골퍼들이 통증을 느끼지 않고 편안히 퍼트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등부상에 시달리던 로코 메디에이트는 이 그립으로 바꾼 뒤 퍼트랭킹이 1백65위에서 45위로 뛰어올랐다. ◆ 클로(집게발) 그립 그립을 하는 오른손 모양이 발톱(집게발)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그립. 퍼팅으로 고생하던 크리스 디마르코가 이 그립으로 바꾼 뒤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디마르코처럼 오른 손가락 전체로 그립을 하는 방식과 마크 캘커베키아처럼 오른손 엄지와 인지만으로 그립을 하는 스타일이 있다. ◆ 암 그립 왼손을 늘어뜨려 그립 아랫부분을 잡은 뒤 오른손으로는 그립과 왼 팔뚝을 함께 감아쥐는 방식이다. '입스(퍼트할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 하는 심리 또는 그로인한 신경경련 증세)' 때문에 고민하던 베른하르트 랑거가 궁여지책으로 고안해낸 비정상적 그립 방법. 그러나 랑거는 이 그립으로 93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 사이드 새들 그립 샘 스니드가 '입스' 탈출을 목표로 고안해낸 그립. 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두 발을 모은 뒤 오른발 바깥쪽에 볼을 위치시킨채 퍼터를 앞으로 밀어치는 방식이다. 스니드는 이 그립으로 말년에 효험을 보았으나 아마추어들이 원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