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에 대비한 홍보전략을 이미 오래전부터 마련해두고 있었으며 이 전략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집행돼 실제로 대성공을 거뒀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지난 7월 후세인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이 미군의 공격을 받고 숨졌으나 이라크 주민들과 아랍권이 미군 발표를 제대로 믿지 않아 훼손된 시신을 꿰매 기자들에게 공개해야 했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지난 여름 이같은 후세인 체포 대비 홍보전략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와 이라크 임시행정기구(CPA)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HVT(High-Value Target, 고가 목표물) 1번'으로 명명된 이 전략은 후세인 전 대통령이 생포되거나 사살됐을 때 신속히 이를 알림으로써 이라크와 아랍권에서 제기될 지도 모를 음모론과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세부적인 절차와 요령들이 마련됐고 이는 실제로 후세인 전 대통령이 생포됐을 때 적용됐다. 이 전략은 우선 최초의 발표에 이라크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따라 잘랄 탈라바니 전(前)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장이 이란과 이라크 기자들에게 특종 뉴스를 흘린 최초의 인물이 됐다. 더 자세한 내용이 언급된 폴 브리머 행정관의 공식 기자회견에도 이와같은 방침이 적용돼 회견장에 아랍권 기자들이 참가한 것은 물론 단상에는 과도통치위원회 위원들의 좌석도 배치돼 미국과 이라크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브리머 행정관이 기자회견 일성으로 "우리는 그를 잡았다"고 말하자 이라크 기자들이 일어나 환호를 보냄으로써 미국 당국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인 효과까지 거둘수 있었다. 이 홍보전략은 또 공식 발표 때까지 보안유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을 사살했을 때는 공식 발표 전에 소문이 새나간 것이 음모론을 부추긴 요인의 하나가 됐다. 이번에는 후세인 전 대통령을 붙잡은 뒤 18시간동안 거의완벽하게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 `HVT 1번' 전략은 특히 후세인 전 대통령의 생포를 신속하게 세계에 알리는 데는 무엇보다도 선명한 비디오 영상자료를 신속히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가 순교자나 영웅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화면을 잘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당시 모습은 홍보전략 담당자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이들의 구상에 딱 들어맞았다. 이 전략을 입안한 게리 대처 CPA 전략홍보국장은 "의료진이 후세인 전 대통령 머릿속의 이를 검사하고 압설자(壓舌子, 혀누르는 기구)로 혀를 누른 채 입안을 살피는 화면은 그가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더이상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처 국장은 "우리 계획은 좋았지만 궁극적으로 볼 때 후세인 자신이 너무나 헝클어지고 수척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 홍보전략의 성공에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