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일 현정은 회장측에 대한 KCC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현회장쪽의 승리로 기운듯 했던 현대 경영권 분쟁사태가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이 유상증자 무효를 주장한 KCC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당장 15-16일로 예정됐던 현회장측의 국민주 공모는 좌절됐으며 이에 따라 유상증자를 통한 `KCC 지분물타기'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러나 위법성이 드러난 KCC측의 지분 20.63%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방침으로 아직까지는 현회장측이 경영권 방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처분명령권 행사 여부가 양측 지분대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며 현재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범현대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회장측이 이번 가처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과 KCC 지분 처분명령 요구 등을 강력히 추진할 예정인데다 KCC측을 비롯한 범현대가의 자사주 매입분에 대한 반환소송 제기여부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고 이에 맞서 KCC측도 본안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어 이번 분쟁은 계속 혼전양상을 거듭할 전망이다. ◆현회장 유상증자 무산..금융당국 처분명령 주목 = 여주지원이 KCC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적어도 당분간은 현회장측의 국민주 공모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여주지원은 결정문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추진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 필요성에 부응한다기 보다는 기존 대주주와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KCC측의 소명자료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지분구도는 현정은 회장측 우호지분 26.16%, KCC측 우호지분 29.82%(31.24%-현회장측 가처분 신청으로 권한행사 보류된 자사주 지분 1.42%), 범현대 계열사 15.3% 등이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측이 뮤추얼 펀드(7.81%)와 사모펀드(12.82%)를 통해 사들인 20.63%의 경우 `5%룰' 위반으로 제재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여서 아직까지는 현회장측이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금융당국이 현재 검토하고 있는대로 20.63%에 대해 내년 초 장외에서 제3자(특수관계인 등 우호세력 배제) 매각하는 쪽으로 처분명령권을 행사할 경우 KCC측 지분은 9.18%로 뚝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처분명령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6개월간 의결권은 제한될 수 밖에 없어 적어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때까지는 KCC측이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범현대가 지분 15.30%까지 합하면 24.48%로 현회장측 지분과 `막상막하'의 지분경쟁이 빚어질 수 있어 아직까지는 중립을 지키고 있는 범현대가의 의중이 `캐스팅 보트'로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수' = 그러나 향후 지분구도가 또다시 역전을 거듭할 가능성은 아직도 적지 않다. 일단 현회장측은 절차상의 문제점을 보완해 유상증자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이의신청 절차에 따라 국민주 공모가 다시 시도될 경우 현회장의 지분은 정명예회장측 지분을 큰 차이로 앞지르게 된다. 그러나 KCC측도 이를 지켜보지 않고 가처분 신청의 승리에 힘입어 신주발행금지본안 소송을 추진, 유상증자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KCC측 지분 20.63%에 대해 처분명령 대신 의결권 제한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6개월이 지나면 해당지분의 의결권이 되살아날 수 있어 KCC측은 대주주로서의 `복귀'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재 판단이 보류돼 있는 현대그룹의 KCC 편입도 다시 탄력을 붙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어 만일 범현대가가 현회장편으로 돌아선다면 현회장측 우호지분이 다시 역전된다. 또한 범현대가가 정명예회장의 우호세력쪽으로 서더라도 현회장측에게는 자사주매입분 반환 소송이라는 `히든카드'가 남아있는 상태다. 현회장측이 KCC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들였던 자사주 1.42%에 대한 가처분 승리에 이어 범현대가의 자사주 매입분 6.23%에 대해 추가로 반환 소송을 진행, 승소하면 범현대가와 KCC지분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