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건물분 재산세 인상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구청 등 자치단체들이 충돌하게 된 것은 범정부 차원에서 재산세 역전현상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시각과 지역주민들의 정서와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정책시각이 너무 다른 데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비싼 재건축 아파트 재산세가 강북이나 지방도시의 신축아파트에 비해 더 낡았다는 이유로 재산세를 덜 부담하는 현행 재산세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정부 정책의 큰 틀에 대해선 지자체들도 공감한다. 양측이 충돌하는 대목은 '인상폭'이다. 정부는 서울 강남 등지의 재산세를 대폭 올려 문제점을 한꺼번에 바로잡으려는 데 반해 지자체는 '비록 재산세의 절대금액이 크지 않지만 일시에 최고 7배씩 대폭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행자부 당초안 강행 행자부는 재산세 인상률이 20%가 되도록 조정해 달라는 서울시의 잠정 건의안에 대해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행자부 김대영 지방세제관은 "서울시 건의를 받아들이면 재산세 공평과세는 사실상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건의안이 오는대로 검토해 보겠지만 당초안을 최종 권고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 세제관은 "당초안은 강남 고급아파트별로 최고 7배의 재산세가 인상되도록 구조가 짜여진 것이어서 서울시 건의를 수용할 경우 재산세 중과 효과를 사실상 거두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세제관은 그러나 "기준안은 행자부가 권고하지만 지방세법상 최종 결정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시·도지사 승인을 얻어 내리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기준 따로,지자체 과세 따로' 서울지역 구청장들은 "재산세 중과때 재량권을 행사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인상률을 20% 정도로 낮춰주면 구청장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밝힌 점에서도 반발의 강도가 엿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행자부는 서울지역 전체로 25% 오른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1일 고시된 국세청 기준시가를 토대로 계산하면 인상률은 45%대에 달한다는 점도 자치구를 자극하고 있다"며 20% 인상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사실상 조정이 힘듦을 토로했다. 또 "한번에 세금을 7배 올리려면 지자체 규정이 아닌 법으로 정해야 조세법정주의에 부합한다"고 말해 구청장의 재량권 행사때 저지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행자부가 당초안을 강행할 경우엔 '행자부 권고안과 지자체 과세가 서로 따로 가는' 초유의 사태가 생겨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합리적인 조정 시급 아파트 재산세 중과는 투기수요 억제 측면에서 시작했다.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먹거리자 지난해 9월 발표한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부는 이후 보유과세를 대폭 강화해 투기를 잡기로 하고 2004년엔 재산세를 시가를 기준으로 중과하고 2005년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키로 했다. 결국 2004년엔 투기억제 수단이 마땅치 않아 재산세 중과라는 카드를 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대표적 지방세인 재산세는 재정수요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지 부동산 투기억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 사람들 쌤통"이라는 인식을 서울 이외의 지역에 만연시켜 서울과 지방간 인식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는 "재산세는 지자체가 재원 수요에 따라 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중앙 정부가 '무조건 더 거두라'고 강요하는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은 돈이 필요 없는데 중앙 정부가 돈 더 거두라고 해서 거두면 그 돈으로 만날 보도블록만 바꿀거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지방분권을 외치면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