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하네다 공항 '가까워도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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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길이 가까워졌다고 좋아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자꾸 생기네요."
김포와 하네다공항을 잇는 한·일 셔틀노선 운항이 시작된지 10여일이 지난 요즘. 도쿄의 상사 주재원들에겐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서울발 비행기에서 내리는 손님을 맞는 공항 영접이다.
고민의 내용은 이렇다. 도쿄 도심에서 거의 70km나 떨어진 나리타공항은 한번 다녀오는 데 반나절이 족히 걸린다. 때문에 '거리'를 구실로 어지간한 영접은 생략할 수 있었다.
나리타에 내리는 방문객이나 공항에 얼굴을 비춰야 하는 주재원 모두 사정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안그래도 살인적 고물가가 판치는 일본 땅에서 공항을 오가는데 뿌려지는 외화와 시간을 그런대로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하네다 길이 뚫리자 사정은 달라졌다.
도쿄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가 오히려 짐으로 변했다.
"공항이 지척에 있는데 나와 보지도 않느냐고 하는 것 같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더라고요." 주재원 A씨는 "멀면 먼대로 오가느라 힘이 들었는데 가까운 곳이 더 신경을 쓰게 만들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마중과 배웅은 한국 고유의 미풍이다.
타국을 찾아온 손님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챙겨 주는 것은 꼬집을 일이 못된다.
권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같은 외국이라도 일본은 다르다.
하루 1만명의 승객이 오가는 코앞의 나라다. 전철 버스 등 공항과 도심을 잇는 교통망은 완벽에 가깝다.
일부 언어 상의 불편만 제외하면 한국과 별 차이를 못느끼는 것이 일본의 공항이다.
그런데도 영접 전송의 문화는 일본 땅에서 탄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대사관 기업 은행을 가릴 것 없이 적어도 하루 한두명의 직원은 공항 눈도장을 위해 도로에서 시간을 날리는 곳이 허다할 정도다.
영접 대상의 인사라면 해외여행 경험이 만만치 않을텐데도 현실은 합리와 상식을 비웃고 있다.
"일하지 않고 시간과 돈 낭비하며 나왔다고 불호령을 내리시더군요." 주재원 B씨는 "한 경제단체장이 공항에 나온 직원을 야단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런 분들이 왜 눈에 잘 안 띄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