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라이벌 일본에 발목을 잡히며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의 야망을 날려버렸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은 8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3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사카다 다이스케에게 동점골에 이은 통한의 골든골을 허용하며 1-2로역전패했다. 지난해 3월 13일 광주에서 열린 친선경기부터 시작된 한국의 일본전 연승행진은이날 패배로 `4'에서 그쳤고 일본은 오는 13일 새벽 2시 브라질-슬로바키아 승자와8강전을 벌인다. 특히 이날 아우들의 패배로 10일 동아시아축구대회 대표팀간 한.일전을 앞둔 형님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일본의 비밀병기 사카다를 막지 못한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현지 교민의 붉은 함성으로 홈구장과 다름없는 분위기에 고무된 한국은 경기 시작 6분만에 조원희가 문전으로 쇄도, 크로스바를 넘기는 헤딩슛을 선보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일본파 임유환이 이끄는 포백라인이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근 한국은 좌우 날개조원희와 이종민이 위협적인 측면돌파를 시도했고 주장 완장을 찬 최성국은 무리한드리블보다 스루패스로 김동현에 공격 활로를 제공했다. 선제골은 머리카락까지 붉은색으로 바꾸며 강력한 극일의지를 드러낸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의 발끝에서 나왔다. 오랜 부상을 털고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최성국은 전반 38분 오른쪽페널티 모서리 근처에서 감아올린 이종민의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최성국이가와시마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재치있는 오른발 터치슛으로 득점포를 신고한 것. 발끝에 물오른 최성국은 후반 30분 권집의 스루패스를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넘기는 등 수차례 골찬스를 연결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후반 28분 주포 사카다가 투입되면서 일본팀의 매서운 공격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후반 37분 하프라인에서 길게 찔러준 크로스가 페널티 지역으로 흐르자 사카다가 단숨에 수비수 세명을 뚫고 동점골을 작렬하며 전세를 급반전시켰다. 양팀 모두 배수진을 치고 나선 연장전에서 한국은 전반 4분 김동현이 페널티지역에서 수비수 맞고 떨어진 볼을 트래핑해 강슛을 날렸지만 어이없게 골대를 넘어갔고 이후 주도권을 잡고도 골문을 여는데는 힘이 달렸다. 반면 일본의 간판 골잡이 사카다는 연장 전반이 거의 끝나가던 14분 팀 동료가패스를 가로챈 뒤 문전으로 올리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침착한 가위차기로 골망을 가르며 한국을 침몰시켰다. (아부다비=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