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계약금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보였던 '계약금 5%에 중도금 무이자 융자' 조건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의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초기 매입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실수요자를 공략하기 위한 업체들의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도종합건설은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에서 공급하는 '신도브래뉴'(3백68가구)를 계약금 5%에 중도금 무이자 융자 조건으로 분양한다. 나머지 계약금 5%는 한 달 후 내면 된다. 이와 함께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청약통장 사용자에겐 4백만원 상당의 발코니 새시와 후면 발코니선반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회사 양형윤 차장은 "초기 계약률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분양조건을 대폭 완화했다"고 말했다. 월드건설도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공급하는 '월드메르디앙'을 같은 조건으로 분양한다. 강원 원주시 단구동 단관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현진에버빌'(6백97가구)도 계약금 5%에 중도금 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는 단지다. 이밖에 일부 업체들은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3순위부터는 청약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금 5%+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외환위기 직후 미분양 해결책으로 나왔던 분양 전략"이라며 "최근 분양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돼 업체들이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분양 조건을 완화하는 유인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