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일 칠레가 자국민 수천명의 희생을 가져온 군사독재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언급해 최근 마찰을 빚었던 칠레-베네수엘라 외교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매주 일요일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방송되는 `헬로 프레지던트' 프로그램에서 "칠레식 모델, 칠레의 경제성공은...그들은 17년간의 피노체트의 독재를 공식화했고...(독재기간에) 수천명이 사망하고 실종됐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어 "신이시여, 저를 이 같은 공식에서 구하소서"라고 덧붙였다. 차베스 대통령이 이 같이 칠레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1973-90년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군사정권 하에서 좌익 용의자 3천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수천명이 투옥돼 고문을 당한, 이른바 `추악한 전쟁'을 가리킨다. 지난달 차베스 대통령은 1879년 칠레와 벌인 전쟁으로 해안 영토를 빼앗겨 내륙국가가 된 볼리비아의 편을 들어 `볼리비아 해변'에서 수영하고 싶다고 발언함으로써 수백년 이어지는 볼리비아와의 영토분쟁에 민감한 칠레 정부를 격앙케 했다. 이에 칠레 정부가 먼저 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고, 곧 베네수엘라 정부도칠레 주재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여 외교업무를 중단시켰다. 이날 방송에서도 차베스 대통령은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이 자국 대사를 불러들인 결정을 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나도 우리 대사를 불러들였고, 이젠 우리 관계를 동결시키자"고 감정 섞인 발언으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야권 세력의 쿠데타 시도시 베네수엘라 주재 칠레 대사가 야권쪽에가깝게 행보함으로써 차베스 대통령을 자극한 전례도 있다. 사회주의자이면서도 긴축예산 정책 등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는 라고스 대통령은 적극적인 자유무역 정책으로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동시에 이룩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극심한 정쟁이 계속되는 베네수엘라는 올 3.4분기 7.1%마이너스 성장해 7분기 연속 경제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을 소환하기 위한 야권의 국민투표 청원 서명과 관련해 야권이 국민투표 실시에 필요한 240만명의 서명을 훨씬 넘는 36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하고 있으나, 이 서명의 절반 이상은 사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CNE)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자신들이 계산한 서명인 수의 오차 한계는 7%를 넘지 않는다며 국민투표 실시에 자신감을 표명했다고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이 이날 보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