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핵심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긴급체포,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수사 양상이 이른바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인 `세풍'을 닮아가고 있다. `세풍'과 이번 한나라당 대선자금 사건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모금 액수 면에서나 수십여개의 기업이 등장하는 점, 이 후보의 측근 인사들이 개입한 점, 비선(秘線) 조직이 가동된 정황 등 여러 모로 닮은 꼴이다. 세풍이 불거진 지난 98년 3월 당시 한나라당이 서상목 전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 맞서 '방탄국회'를 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은 수사하지 않고 야당 대선후보의 자금만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난한 것마저최근의 정국 흐름과 비슷하다. `세풍'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 국세청 최고위 간부와이 후보의 동생 회성씨 등 한나라당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23개 기업으로부터166억원의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사건. 지난 3월19일 이석희씨의 강제송환과 함께 수사가 재개돼 현재 서상목 전 의원이 법정구속되는 등 관련자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이번 한나라당 대선자금 사건에서는 회성씨나 서 전 의원 대신 서 변호사와 최돈웅 의원 등 이 전 총재와 사적으로 가까운 측근 인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경기고.서울법대 후배인 서 변호사는 이 전 총재의 법률고문을 맡아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지휘했으며, 지난 15년동안 이전 총재가 공사(公私)를 안가리고 마음을 터놓고 의논하는 상대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서 변호사는 `세풍' 사건에서 한나라당 변호인을 맡았다가 이번 사건에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변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 변호사가 지난해 대선 직전인 11월께 이 후보의 법률고문을맡아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여러차례에 걸쳐 수수한 혐의로긴급체포됐다. 죄질이 중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 변호사는 `세풍'에서도 대선자금 모금 기획자로 거론됐던 이 후보의 개인후원회 조직 `부국팀'의 부회장을 맡았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국팀'이 대를 이어 또다시 검찰수사망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현재 부국팀 회장이었던 이정락 변호사의 소환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이 전 총재의 측근인사들이 끌어모은 대선자금 일부가 선거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세풍'과 닮음꼴이며, 관련자들이 이 전 총재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도 양상이 비슷하다. 서 변호사는 앞서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의 SK 비자금 수수 혐의가 불거지자 "이후보는 맹세코 돈을 직접 받는 분이 아니다"며 "돈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세풍 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국팀 및 이 전 총재의 개입 여부를 이번대선자금 수사에서 밝혀낼지는 두고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