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sb@ekdp.com 유난히 경제가 어려운 요즘이다. 만나는 사람마다,텔레비전에 비치는 얼굴마다,한결같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들 뿐이니 기업의 경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즈음 특히 가슴이 아픈 것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하기가 정말 하루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불법체류자가 대거 빠져나가는 통에 일할 사람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줄을 잇고,그나마 버티고 있는 기업들조차 상당수가 공장 가동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라니 참으로 걱정이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신문에 등장하는 기사가 '체불임금'에 관한 것이다. 성탄절이나 연말연시,그리고 명절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평소보다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못지 않게 괴로운 사람이,임금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처지의 경영자들일 것이다. 함께 1년을 울고 웃으며 어렵게 회사를 꾸려온 자신의 회사 가족들이 빈 손으로 연말연시나 명절을 맞게 되는 일을 어찌 참담한 심정으로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일부 극소수의 악덕 기업주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나는 대다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임금 체불이나 상여금 미지급 상태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고 또 근로자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경영해 온 사람치고 직원들 월급 줄 걱정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 또한 40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그런 일을 수없이 겪었고,그 때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었다. 회사가 어려워서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일을 당하면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기업인들에게 감히 용기를 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임금이나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체념하거나 굴하지 말고,누구보다 당당하고 꿋꿋하게 희망을 가져주기를 빌고 싶다. 성탄을 축하하는 불빛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비록 금년은 그 불빛이 우울한 빛으로 보일지 몰라도,다시 일어설 용기와 인내만 간직한다면 내년의 성탄 불빛은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조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