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후 한달반 동안 이렇다할 진전없이 질질 끌어온 파병문제가 이달 중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금까지처럼 원론적 수준의 소모적인 논란만 계속될 경우 국론만 분열된다는 점에 청와대와 정치권이 공감대를 찾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국회 이라크조사단과 가진 조찬 회동에서 추가 파병안을 조기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국회도 4일부터 정상화될 예정이어서 후속조치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일각에서 제기한 내년 총선(4월) 이후 파병론은 자연스럽게 밀리게 된다. 정부의 파병안 수립-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동-안보장관회의 결정-국무회의 심의·의결-국회 동의안 처리 등 앞으로 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파병의 최종 확정은 해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협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기 종결 의지를 밝혔다. 4당 대표와의 회동 준비도 지시했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4당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유인태 정무수석을 통해 한나라당에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동'을 타진했고,최병렬 대표는 "그런 방안은 내가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임태희 비서실장이 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동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르면 내주 중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파병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을 놓고 찬반양론이 계속 분분해지고 있어 조기에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조사단도 파병결정에 지지 의사를 보이며 힘을 실어줬다. 회동에서 국회조사단장인 강창희 의원은 파병동의안을 조속히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의원은 "한미동맹관계를 감안할 때도 그렇고,이라크 현지의 어려움을 볼 때 도와줘야 한다"며 "한국과 아랍권 관계를 위해서도 파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도 "자민련은 이라크 추가 파병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충수 의원 역시 "파병시에 군비문제가 걱정되는 만큼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평화·재건부대의 이미지를 분명히 하고 국제적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파병자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4당 의원 모두 파병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다만 방법 시기 명분 등에 정부가 지혜를 모으라고 촉구한 것이다. 파병동의안은 오는 9일 정기국회 폐회 후 속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허원순.홍영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