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반도체 조선 등 일부 대기업들의 호황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바닥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의 대란설마저 나돌 정도다.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의 현황을 3회에 걸쳐 싣는다. ------------------------------------------------------------------------------ 금형제조업체인 우전멀티텍의 박찬해 대표는 1일 한국에서 사업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인천에 공장을 가진 그는 "최근 외국인 인력 추방으로 그나마 3명의 방글라데시인으로 가동하던 프레스라인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데다 더 이상 운전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공장문을 닫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내년부터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측 예고와 은행측의 상환압박에 못 견뎌 임대공장을 처분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할 것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인력난 △자금난 △내수부진 △납품단가인하 등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중소제조업체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일부만 가동하는 기업들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난 10월중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전월에 비해서는 다소 상승했지만 9개월 연속 6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천5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에 따르면 지난 10월중 중소기업 평균가동률은 68.9%를 기록했다. 이는 추석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및 태풍피해로 매우 낮은 가동률을 기록했던 전월에 비해서는 2.3%포인트 상승한 것이지만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3.6%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특히 정상가동률이 80%선인데 전체업종(20개)이 60%대를 나타내 중소제조업이 6개월째 경기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가죽 가방 신발업종이 62.3%로 여전히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출판 인쇄 기록매체복제업도 64.8%로 침체국면을 탈출하지 못한 채 부도를 내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전국 대규모 공단의 가동률은 80%대를 넘어서는 데 비해 유독 중소기업의 가동률만 이렇게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기윤 기협중앙회 조사담당 상무는 "중국과의 경쟁 격화와 인력난 심화,운전자금 대출 축소 등으로 가동률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로직스컴퓨터(성남) 고려전자(화성) 동원정공(김해) 등은 끝내 부도에 몰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10월말까지 부도를 낸 업체는 모두 4천4백36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 한햇동안의 부도업체수(4천2백44개)를 넘어선 것이다. 따라서 중소업계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경기부양책을 별도로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