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업체의 직원들이 회사를 살려 4년여 만에 '1억불 수출탑'을 받는다. 충북 청주산업단지에서 HDD(하드디스크) 부품을 생산하는 ㈜H&T(대표 정국교·45)는 28일 무역의 날에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한다. 이 업체의 전신인 뉴맥스 청주공장은 지난 97년 부도를 낸 뒤 99년9월께 공장시설 등이 가압류되는 등 사실상 가동이 중단되고 파산에 직면했다. 당시 이 공장에 남아있는 것은 14억원대의 원자재와 체불 임금·퇴직금을 요구하는 4백여명의 직원들 뿐이었다. 뉴맥스 자회사 이사로 활동하다가 회사정리를 위해 이 공장으로 파견됐던 정 대표는 직원들의 임금·퇴직금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원자재를 매각하는 것 뿐이라고 판단,2000년 5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원자재 판매에 나섰다. 그 뒤 정 대표는 직원들과 회사를 되살리자는데 뜻을 모아 모든 재산을 투자해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필사적인 영업에 나섰다. 국내 거래선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 영업에도 적극 나서 일본으로부터 1천2백만달러의 주문을 따냈다. 모든 임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 결과 그 해 4백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매출은 탄력이 붙어 2001년 7백억원을 올려 산업포장,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엔 7천만불 수출탑을 받고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또 70억원대의 채무를 모두 변제,무(無) 부채기업이 됐다. 올해는 매출 1천2백여억원에 지난해(88억 이익)와 비슷한 90억원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사장은 벤처기업,제조업체,마케팅업체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한국EMS협회를 지난해 6월 설립,국내 산업체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H&T의 가장 큰 밑천은 노조위원장을 감사로 임명할 정도의 투명경영과 파산까지 경험했던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사랑과 노사화합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 기업 공개로 자금을 유치해 초정밀가공분야 신규사업에 진출하고 2010년에는 부품제조만으로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정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잠을 잤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다"며 "당시 납품을 받아주고 자재구입 보증까지 해준 삼성전자와 경매된 공장구입 자금을 대출해 준 외환은행이 우리 회사를 살린 숨은 주역"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