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국내 카드업계의 주도권이 은행계 카드사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업계는 그동안 삼성카드와 LG카드로 대변되는 재벌계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서비스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그러나 LG카드발(發) 카드대란으로 재벌계 카드사의 `고비용 영업구조'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는 저렴한 조달 금리를 앞세운 은행계 위주로 카드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계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지난 2000년부터 무이자할부, 할인이벤트, 길거리 모집 등의 무차별 마케팅으로 덩치를 키우며 업계 주도권을 장악했다. 재벌계들은 또 전자와 유통 등 그룹 계열사들과의 독점 제휴를 통해 은행계 카드사들을 압도했다. 재벌계 카드사가 덩치 키우기에 나선 2000년 당시 신용카드업계는 9천38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2001년에는 2조5천943억원의 흑자를 내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재벌계 카드사 성장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공격 마케팅이 오히려 재벌계 카드사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재벌계 카드사들은 은행계보다 5-6% 정도 비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무이자 할부 등의 출혈 마케팅이 유동성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재벌계 카드사가 주도하던 카드업계가 이처럼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하면서 국민카드(현 KB카드)가 지난 9월 국민은행에 흡수 합병되고, 외환카드[038400]도 최근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결정됐다.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등도 은행과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수신기능없이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는 전업계 카드사는 삼성, LG, 현대, 롯데카드 등 4곳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은행계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은행을 기반으로 카드 사업을 벌일 경우 저렴한 조달금리를 바탕으로 안정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계 카드사는 은행을 통해 회원의 자산과 금융거래 변동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리스크관리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는 신용카드사업에 유리한 장점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카드업계 주도권을 쥐게 되면 수수료 인하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재벌계는 기존의 출혈 마케팅에서 벗어나 특화된 마케팅으로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