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의 탈리아 헌병대 본부에서 발생한 차량폭탄 테러로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일본이자위대의 연내 파견방침을 수정하는 등 일부 동맹국들의 동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대(對)테러전에서 미국의 충실한 우방 역할을 해 온 영국은 "필요하다면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겠다"며 미국에 대한 지원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으며 호주와스페인, 필리핀 등도 미국과의 '변함없는 우의'를 과시하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많은 인명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정부 역시 국내 여론 악화에도 불구, 주둔군 철군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 국제사회의 '반전' 운동을 이끌며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프랑스와 독일도 미국 지원 의사를 밝히며 대대적인 이라크 정책 전환을 수정하는 등 각국의 이해에 따라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다음은 이라크에서의 자국군 역할에 대한 변경이나 수정 움직임을 보이는 각국의 '파병전략'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나시리야에서 테러공격이발생하기 수 시간 전인 12일 "(1천200명 규모의 자위대의) 연내 파견 의사를 확실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13일 "자위대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면 (파견)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파병 연기를 시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후쿠다 장관은 "곧 진상조사위원회를 파견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해 연내 파견이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와의 '찰떡 외교'로 도마위에 올랐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테러행위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면서도 "상황을 면밀히 살펴가며 판단하겠다"며 후쿠다 장관 발언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일본의 이라크 재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언급한 뒤 파병 시기를 저울질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한국은 앞서 전투병 파병 방침을 굳힌 바 있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미국측의 5천명 이상의 전투병 추가 파병 요구에도 불구, 추가 파병 규모를 3천명 이내로,또 부대 성격도 '재건' 위주로 편성하도록 지시했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사망자가 31명으로 늘어나는 등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 다국적군으로서 최악의 인명 손실을 입었지만 야당 및 과격 여론의 주장에도 불구, 2천400명의 주둔군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테러 직후 소집된 각료회의 후 "정부는 테러에도 불구, 이라크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부여받은 임무가 축소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는 13일 오전 정예 헌병(Carabinieri) 50여명을 나시리야로 추가파병했으며 국방부는 이를 예정돼 있던 교체 병력 파견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13일 BBC 라디오 회견에서 국방부가 자국군의 전력 강화계획을 검토중이며 필요할 경우 증원군도 파병할 것이라고 말하고 나시리야 테러에도 불구 아무런 전략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 미국에 대한 변함 없는우의를 과시했다. 총리실 대변인도 1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주둔군 철군 계획이 없으며 이라크에자유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임무를 완수하는 날까지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갈 포르투갈 정부는 테러에도 불구 당초 계획대로 128명의 정예 헌병을 나시리야로파병했다. 일부 언론들은 그러나 포르투갈이 파병 계획을 수정, 파견지를 바스라로바꿨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페인 대(對)테러전에서 미국의 충실한 우방 역할을 해 온 스페인도 1천250명의 병력을 그대로 주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영향력이 있는 중도 좌파성향의 일간 엘 파이스 등 일부 언론들은 지난 75년부터 90년까지 피비린내나는 내전을 겪었던 레바논처럼 이라크가 '신(新) 레바논'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하며"외국군 안전을 보장해주는 조건은 없다"며 병력 주둔 계획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호주.필리핀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테러에도 불구, 병력 800여명과 지원요원 100명이 "일정 기한동안 현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강조, 철군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병력 80명을 파견한 필리핀의 블라스 오플레 외무장관은 필리핀이 "인도주의적입장에서 병력을 주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독일 도미니크 드 빌펭 프랑스 외무장관은 13일 미국이 이라크에서 처한 난관을 고려해 미국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선택 방안을 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기존의 입장을 대폭 수정했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15일 워싱턴을 방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을 만나 이라크 위기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미국이 이라크에 주권을 조기 이양할 방침을 결정한 뒤 나온 것이다. (워싱턴.로마.파리.베를린 AP.AF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