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출제위원단에 학원강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는 출제위원단의 선정방식과 이들에 대한 관리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 이번 파문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능 출제위원 선정 과정이다. 평가원측은 철저한 보안과 검증을 통해 출제위원을 선정하며 그 비밀이 유지된다고 수 차례 밝히고 있지만 학원강사 경력이 있는 사람이 출제위원으로 뽑혔다는 것 자체가 출제위원 선정작업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 A교수가 전임교수로서 출제위원 자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평가원이나 교육부측의 해명이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게 일선 학교와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임교수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학원 강사로 강의를 했다면 이는 모든 수험생에게 공평해야 할 수능의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교수가 학원강사를 같이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가지만 그런 사람이 수능출제위원으로 어떻게 선정됐는지도 의문"이라며 "더욱 큰 문제는 당국이 그런 사람의 경력을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능출제의 보안문제는 출제장소보다 학교나 학원 등 일선 교육현장에서 그 빈틈이 노출됐다. 주위에서 근무하던 교수나 교사가 수능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출장'이나 '여행' 등을 핑계로 사라지면 일부에서는 수능출제를 짐작하게 되고 이는 '입소문'을 타게 된다. 특히 누가 출제위원이 됐느냐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학원가에 이 같은 정보가 새어나가면 학원에서는 출제위원의 온갖 이력을 모조리 뒤져 '성향파악'을 하게 되고 이는 입시정보로 가공돼 학원생들에게 제공되고 인터넷에 떠돌게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모 대학교수도 비슷한 경우로 보여진다. 학원에서 논술강의를 하던 해당 교수가 '프로젝트'를 이유로 장기간 볼 수 없게 되자 같은 학원에서 강의했던 한 강사가 이를 의심하고 수능 최종대비용 문제집에서 해당 교수의 석사학위논문에 있는 내용을 언급하게 된 것. 이는 수능당일 평가원도 '출제방향'에서 밝힌 것 처럼 '예상지문 출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평가원이 출제위원 신상과 수능문제 유출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예상지문 출제' 논란이 학원가에서 제기되는 문제유출 의혹으로 보도되자 평가원과 교육부가 기사내용 중 유독 A교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줄기차게 이의를 제기했던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이 같은 평가원측의 태도는 해당 교수의 학원강사 경력을 평가원이 수능일 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거나 뒤늦게 알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또 일부 교수나 교사의 경우 자신이 출제위원이었음을 은근히 과시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비윤리적인 행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밀유지 각서의 효용성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입시학원 관계자들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학원 강사경력이 있는 사람은 출제위원단에서 제외하고 관련된 문제는 모두 바꿔야 옳았다"며 "이번 파문은 수능관리가 외견상으로는 철통같으나 근본적으로는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