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정부의 약속에 따라 앞으로 손배소 관련제도가 노동계에 유리하게 고쳐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투쟁을 강화한 속사정은 무엇일까. 정부(노동부)는 현재 민노총 산하 노조에 걸려있는 기존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들을 '백지화'시키기 위해 도심 시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배소 제도 자체를 없애 이미 법원에 계류중인 사안까지 '원천무효'시키겠다는 민노총의 전략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노조 파워가 센 나라라 하더라도 사측의 노조대항권인 파업피해 등에 대한 손배소·가압류 제도 자체를 없앤 경우는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민주노총의 의도는 철도 발전산업 서울지하철 등 공공부문 노조에 걸려 있는 2백30억원(민주노총은 4백억원 주장) 상당의 손배·가압류를 즉각 해제시키는 것과 함께 노동자들이 파업투쟁 과정에서 자살한 한진중공업 세원테크 근로복지공단 사업주를 부당노동행위로 구속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부는 "손배·가압류를 모두 풀어준다면 노조 파워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파업을 부추겨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에 대해 비판을 가하며 노동계의 총파업에 대해 엄정대처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노동계는 무척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일부에선 민노총의 집안사정에서 이번 강성 길거리 투쟁의 발단을 찾기도 한다. 내년1월말 민주노총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강경파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벌이는 계산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단병호 위원장 후임으로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 집행부의 투쟁적 노선이 조직 내부의 비판을 받으며 입지가 흔들려온게 사실이다. 따라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던 현집행부가 투쟁선봉에 나섬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내년 위원장선거까지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는 것이다. 이번의 화염병 투척 등도 노동자들의 투쟁동력을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6일 1차 총파업때 당초 예상인원 9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5만여명이 참가,파업열기가 극히 저조했다. 따라서 이번에 과격시위를 벌임으로써 조직내부를 결집시키고 집행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 "화염병 시위를 계획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준비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많은 시민들은 화염병을 수백개씩 만든 점을 들어 사전에 계획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번 화염병 시위는 여론의 지탄을 자초하는 '악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