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서울 강남지역 상가 리모델링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안정대책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상가 리모델링 투자자들은 금싸라기 땅에 들어선 오래된 종합상가를 통째로 매입,리모델링 후 재분양하는 공격적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준공된 지 10년 정도 지난 종합상가를 통째로 매입하려는 투자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대치동 청실상가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리모델링 후 재분양을 하면 단기간에 두 배 가까운 수익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가 매입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주(錢主)들이 뒤에서 돈을 대고 리모델링과 분양을 맡아 하는 기획사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대치역 사이 학원과 개인병원들이 들어선 20여개의 상가가 밀집한 이 곳에선 리모델링 후 상가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건물 곳곳에 붙어 있다. 이처럼 상가 투자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자금이 몰리는 건 엄청난 수익률 때문이다. 대개 2백%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분석이다. ◆리모델링 후 재분양방식 서울 강남권 유명 학원 밀집지역의 상가 리모델링은 2~3년 전 종로 등지에서 시작된 일반상가 리모델링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규모가 다르다. 10여개 점포가 아니라 수십개 점포가 딸린 종합상가가 리모델링 대상이다. 덩치가 커진 만큼 초기 투자금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해 웬만한 큰손들조차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대치동 청실상가 인근 K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자수성가해 강남에서 꽤 알려진 알부자들도 이러한 투자는 엄두를 못 낸다"며 "대형 상가를 매입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되고 있어 거래를 중개하면서도 누군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후 운영방식도 확연히 다르다. 과거엔 상가 소유주가 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리모델링 후 임대료를 인상해 재임대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지역의 상가 리모델링은 초기 투자단계에서부터 분양 완료가 '종착역'이다. S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상가 리모델링을 위해 급조된 기획사가 전주들을 모집해 상가 매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은 2백% 넘기기가 예사 최근 강남구 일대에서 리모델링 후 분양한 3개 상가의 평균 수익률은 2백%를 웃돌고 있다. 1백억원 이상을 투자해 몇 개월 만에 투자금액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박'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치역 인근 D상가는 경매 직전 1백90억원 정도에 매각됐지만 리모델링 후 분양을 통해 두 배인 3백80여억원의 분양대금을 챙겼다. 또 2백13억원에 팔린 인근 W상가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분양을 통해 걷어 들인 분양금만 4백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간에 2백%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리모델링 상가의 분양가는 1층이 평당 5천만∼6천만원,주로 학원이 들어서는 3층 이상은 1천만∼1천5백만원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1층 상가의 시세는 평당 3천만~4천만원 선이었다. 이처럼 상가 리모델링 투자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넘쳐나는 이 지역의 상가 수요 때문이다. 특히 기존 상가 임차인들이 분양수요로 대체되는 것도 초기 분양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상가의 재분양률은 분양 초기에 90%대를 넘어서는 게 예사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