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과가 나오면 더이상 바랄게 없지요" 5일 대입 수능이 치러진 서울 여의도중학교에는 1급 뇌성마비 장애인 민지영(26)씨가 어머니, 언니와 함께 다시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스스로 몸을 가누기도 힘든 민씨는 시험을 앞두고도 고사장에서 환하게 웃으며여유를 잃지 않았다. 민씨는 지난해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던 1급 뇌성마비 장애인 박성준(26)씨와 나란히 여의도중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었다. 민씨의 어머니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검정고시로 마치고 지난해 처음 수능시험을 치렀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한해 더 준비했다"며 "올해는 지영이도열심히 노력했으니 결과도 작년보다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이 집인 민씨는 주변에 특수교육시설 등이 없어 공부는 엄두도 못내다19살 때인 95년 주변에서 뇌성마비 여성이 전문대를 졸업한 것을 보고 뒤늦게 학업을 시작했다. 집안에서는 몸이 불편한 민씨를 염려해 반대했지만 어렵게 부모를 설득한 민씨는 상경해 노원구 상계1동에 위치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오뚝이 글방'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딸의 공부를 위해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씨는 복지관에서 만난 박씨의 도움을 받으며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하루 6시간씩 공부를 했다. 혼자서는 필기는 물론 책장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불편한 몸이지만 공부에 매달린 끝에 지난 98년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잇따라통과하고 지난해 처음 수능을 봤다. 박씨는 지난해 수능을 치른 뒤 진로를 모색한 끝에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민씨는 재도전을 택했다. 민씨는 "가고 싶은 대학이 있어서 가을에 이미 캠퍼스도 한번 둘러봤다"고 수줍게 말한 뒤 "영문학이나 교육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