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복잡한 대출관행을 숙지하지 못해 손해를 본 사람들이 은행 앞에서 비방 집회를 가져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손배책임까지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임종윤 부장판사)는 4일 하나은행이 ㈜청구의 부도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아파트 중도금을 날린 뒤 '하나은행이 불법대출을 했다'며은행 앞에서 비방집회를 가진 입주예정자 31명을 상대로 낸 1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적법절차를 따른 보람은행(하나은행이 인수)을 비방한 피고들의 행위는 명예훼손이지만 아파트 입주자 특별대출 계약은 중도금 대출에적합하지 않았고 은행 관행상 수백명의 입주자들이 중도금에 적합한 대출상품을 고르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적 지식이 없는 피고들이 보람은행이 불법대출했다고 믿고 다소 과장하는 데도 어느정도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집회 전 적법하게 신고했으며 물리적 충돌도 없었고 소액입출금 반복행위 역시 은행 본연의 업무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은행측의 업무방해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들은 97년 9월 ㈜청구의 경기도 일산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면서 보람은행이청구에 중도금을 지급하면 청구가 이자를 대납하고 입주자들은 추후 상환하는 대출계약을 했으나 은행이 중도금 220억원을 지급한 뒤 청구가 부도를 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청구와 하나은행을 비방하는 현수막과 유인물 등을 갖고 집회를 벌이고 소액 입출금을 반복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