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프로골프계에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아마추어시절 국가대표를 거쳐 지난해 정규투어 프로가 된 안시현(19·코오롱)이 그 주인공이다. 안시현은 미국LPGA투어 대회중에서도 정상급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첫날 선두에 나선 이후 단 한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정상을 차지했다. 안시현은 특히 최종일 박세리(26·CJ·테일러메이드), 로라 데이비스(40·영국) 등 세계적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하면서도 10대 답지 않게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 우승컵을 거머쥐어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LPGA 멤버가 아닌 선수가 미LPGA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1994년 도레이재팬 퀸스컵에서 우승한 고우순이래 안시현이 처음이다. 안시현은 올시즌 자신이 국내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1억2백만원)의 두배에 달하는 거액의 우승상금 외에도 2004년과 2005년 미국LPGA투어 시드를 받았다. 투어 대회 우승자에게는 2년간 풀시드를 주게 돼 있으나 내년시즌 풀시드 멤버는 이미 결정된 상태여서,안시현은 내년 투어 '조건부 시드권자'중 1순위에 이름을 올려놓았고 2005년엔 풀시드멤버로 미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조건부 시드 1순위면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풀시드나 다름없다. 안시현은 2주 후 미 앨라배마주에서 열리는 '모바일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투어 챔피언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첫날 1타차 선두,둘째날 3타차 단독선두였던 안시현은 최종일 처음으로 세계여자골프랭킹 2위이자 지난 대회 챔피언 박세리,그리고 세계여자골프 최장타자인 데이비스와 함께 마지막조로 경기를 펼쳤다. 세 선수는 챔피언조답게 1번홀(파4)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고 치열한 선두경쟁을 예고했다. 2번홀(파3)에서 박세리가 버디를 잡자 안시현은 곧바로 3번홀(파5)에서 버디로 응수하며 타수차를 3타로 유지했다. 안시현이 다시 8번홀(파4)에서 버디를 성공하고 중간합계 10언더파가 되자 박세리는 9번홀(파5·4백60야드)에서 이글을 기록,2타차로 좁혔다. 박세리는 홀까지 약 2백야드를 남기고 '유틸리티 클럽'(4번)으로 세컨드샷,볼을 홀 1.5m에 붙인 뒤 이글퍼트를 성공했다. 승부의 고비가 된 곳은 10번홀(파4). 전반 마지막홀에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한 박세리는 10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홀 1m지점에 붙여 1타차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안시현의 까다로운 3m버디퍼트가 먼저 들어가자 박세리의 짧은 버디퍼트는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안시현으로서는 추격권에서 벗어나는 버디였고,박세리로서는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파였다. 안시현은 2위권과 1타차로 살얼음판 같았던 18번홀(파5)에서도 물을 넘기는 아이언 세컨드샷을 홀 2m지점에 붙인뒤 이글퍼트로 연결,스타탄생을 갈망하던 갤러리들의 기대에 화답했다. 합계 12언더파 2백4타로 2위권을 3타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박희정(23·CJ)은 이날 대회 최소타 신기록인 10언더파 62타를 치며 합계 9언더파 2백7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