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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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가 꼭 잡고 놓지 않는 주제중 하나는 가족이다.
미국 현실의 대표적인 문제를 다룬 '아메리칸 뷰티'에서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글래디에이터'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중시하는 가족의 중심엔 항상 아이들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혼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자녀다.
부모중 어느 한쪽이 친부ㆍ친모가 아닌 아이들이 한 가정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화합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가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혼전 동거 및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서구에서도 아이들 문제만은 고민하는 건 가정과 자녀는 떼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의 가족 구성 제도고, 호주란 한 집안의 주인으로 가족에 대한 권리 및 의무를 지닌 사람이다.
현행 호주제는 남성 위주의 호주 승계를 강조,호주인 아버지가 사망하면 호주권이 아들 손자 미혼인 딸 처 어머니 순으로 승계되도록 돼 있다.
아버지가 사망하면 3살짜리 손자가 할머니와 어머니의 호주가 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는 무조건 친부의 성을 따르도록 함으로써 어머니가 재혼하면 아이들의 성이 새 아버지의 성과 달라 놀림감이 되는 건 물론 의료보험 혜택 등에서도 배제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어머니가 재혼하는 경우 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고, 가족의 범위가 호주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바뀐다.
장인 장모도 함께 살면 법적인 가족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호주제가 가부장제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만큼 변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갑작스런 폐지는 전통적 가족제도를 뒤엎어 가족 해체를 촉발시킬 수 있는 만큼 전면 폐지보다 호주 승계순위 조정 등 부분 개정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호주제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도,갑작스런 가족제도 변화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도,변화나 개혁이 의도와 상관없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도 사실이다.
충분한 보완이 필요하다 싶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