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85) 전 일본 총리가 27일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지역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민당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선거대책회의를 열어 나카소네씨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인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을 나카소네사무실로 보내 당의 결정을 통보했다. 나카소네씨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73세 정년제'를 적용하겠다며 은퇴를 요청했으나 `정치적 테러'라며 강력히 반발해 무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았었다. 나카소네씨는 기자회견에서 "정치에 대한 나의 정열과 사명감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회의원 배지는 떼더라도 정치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헌법과 교육기본법 개정, 정계개편 등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명문 도쿄(東京)대를 졸업한 후 옛 내무성에 들어가 관료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카소네씨는 1947년에 중의원에 첫 당선하면서 정계에 투신했다. 그는 지금까지56년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일관되게 `헌법개정 조기실현'을 주장해 왔다. 그는 또 지난 1985년 8월 15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종전 기념일에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인물로도 기억되고 있다. 1947년 당시 민주당으로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된 후 1955년 보수합동으로 자민당이 출범한 후 줄곧 자민당에 몸담았던 나카소네씨는 1959년 기시(岸)내각에서 과학기술청 장관으로 입각한 것을 시작으로 통산상, 당 간사장 등을 거친데 이어 1982년 11월 총리에 취임, 절정기를 맞았다. 나카소네는 자신의 이름을 딴 파벌을 이끌면서 총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후임 총리를 지명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89년 5월 리쿠르트 스캔들에 연루돼 자민당을 탈당(91년 복당)하기도 했다. `전후정치 총결산'을 내걸고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의 우경화를 앞장서 주창해온 나카소네씨는 "일본열도의 불침 항공모함화" 등 세계의 매스컴을 장식한 숱한 말을 남겼다. 특히 올 3월에는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했지만 "노병은 죽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등 종신 국회의원에 대한미련을 버리지 못했었다. 나카소네씨의 정치 일선 은퇴는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의 은퇴와 함께 전쟁전세대 정계 퇴장의 대미를 장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