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거점을 지향해온 부산항의 지난달 컨테이너 취급물량이 사상처음으로 전년동기보다 줄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특히 해외선사들이 줄줄이 기항지를 옮기고 있어 이러다가 3류항구로 전락해버리지나 않을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화물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부산항의 전체 컨테이너 취급물량은 올들어 줄곧 증가세가 둔화돼오다 이번에 끝내 감소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환적화물도 지난 7월 처음 감소세를 나타낸 이후 점차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3위를 자랑하던 부산항이지만 이미 중국 상하이에 추월당했고 연말엔 심천에도 뒤질 것이 확실시된다고 한다. 부산항 위상 추락은 태풍으로 인한 시설훼손에도 일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난 5월 이후 두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대형선사가 항로를 바꾸거나 환적화물 거점을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5월 세계2위의 초대형 정기선사인 MSC사를 시작으로 차이나시핑, 짐라인 등의 해운회사가 차례로 부산항에서 배를 빼내갔다. 상하이는 이런 틈을 활용,북미와 유럽으로 연결되는 직항로를 늘리면서 화물을 빼앗아 상반기 처리물량이 35%나 늘어나는 등 계속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더구나 상하이는 총 3천만TEU를 처리하는 세계최대 컨테이너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중국 환적화물이 크게 줄면서 부산항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부산항은 중국보다 근로자 임금수준이 높고 항만이용료는 15%가량이나 비싼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 정부는 오는 2011년까지 15조원 이상을 투입해 부산항과 광양항의 설비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물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해외선사를 끌어들이면서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