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최종결정함에 따라 파병찬반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던 진보.보수 시민단체들은 완전히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다수 시민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론분열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진보단체들은 정부가 국민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던 말을 뒤집은 것이라며 이미 파병을 내부적으로 결정해두고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정부가 파병을 먼저 결정한 것은 미국에 굴종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파병반대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늦었지만 정부의 파병결정은 잘된 일이라며 이왕 파병을 결정한 만큼 우왕좌왕하지 말고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파병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후복구사업 적극 참여 등 국익을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파병결정은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국정에 대한 시민의 뜻을 모으겠다는 말과 배치된다"며 "안보나 경제문제에 있어 당장 구체적인 실익이 있다고 보기 힘들고 전투병파병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군사행동이기 때문에 파병반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유엔안보리 결의가 나왔다지만 평화유지군 파병과는다른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다국적군 파견에 대한 동의일 뿐"이라며 "정부가 애초부터 파병결정을 내려놓고 안보리 결의를 핑계삼아 수용한다는 것은 국민을호도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정책실장은 "이런 정부의 태도는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게 만든다"며 "국민 의견을 수렴해 여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민중연대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이라크 유엔결의안이 통과되자 마자 정부가 파병결정을 내린 것은 이미 파병을 기정사실화해두고 수순밟기에 들어간 모양새"라며"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받고 결정해야 할텐데 정부가 파병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단체인 반핵반김 운동본부 신혜식 청년본부장은 "파병결정은 잘한 일"이라며 "다만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왕 파병할거면 국론분열없이 빨리 했어야 한다느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본부장은 "유엔결의안이 나오고 난 뒤 파병을 결정한 것은 한미동맹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제는 파병이 결정됐으니 진지하게 한미동맹관계를 생각하고 전후복사업 참여 등 국익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본부장은 "파병결정의 약발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동맹관계를 돈독히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저지 시민연대 박찬성 대표는 "정부가 늦게나마 파병결정을 내린 것은 잘됐다"며 "정부는 방향을 잡은 만큼 우왕좌왕하지 말고 파병을 통한 효과극대화를 위해파병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쟁의 명분이 없다고 파병반대론자들이 얘기하고 미국이 일부 오판을 내렸다는 점까지 이해한다 하더라도 독재에서 해방된 이라크의 치안유지를 위해파병은 잘된 일이고 국제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이라크 경제재건 및 복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침체에 빠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파병이 결정된 만큼 국론분열이 없도록 해야 하며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는가 하면 한국은 이라크 국민을 적으로 돌린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회사원 남소연(27.여)씨는 "파병한다 안한다 그동안 논란도 많았지만 이제 결정됐으니 더이상 이 문제로 국론분열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파병반대론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파병결정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성진(29)씨는 "이미 이라크 반군이 전투병 파견국가를 상대로 테러를 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결국 이런 결정이 내려진 걸 보니 안타깝다"며 "이제 우리는 이라크 국민에게 적군의 나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정윤섭.황희경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