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 경험이 많아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올시즌 다승왕 정민태(33.현대)가 SK 돌풍을 잠재우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꿈을 부풀렸다. 정민태는 17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을 4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막는 에이스다운 활약으로 첫승을 이끌어냈다. 이날 승리로 지난 98년 L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시작된 한국시리즈 3연승,포스트시즌 5연승의 기록을 이어간 정민태는 통산 포스트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8승)까지 세워 '가을의 사나이'로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게 됐다. 정민태는 이날 탈삼진은 2개에 그쳤지만 움직임이 좋은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잘 섞어던지며 포스트시즌 5연승의 기세를 올리던 SK 타선에 6회까지는 단 한차례도 3루를 허용하지 않는 무결점 투구를 선보였다. 완급조절을 하면서도 1회 2사 1,2루에서 조경환을 2루수 플라이로, 3회 1사 3루에서는 이진영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기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을 때에는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으로 중반까지 쉽게 풀어나갔다. 이는 지난 94년 태평양 시절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이후 통산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8경기에서 3승1패, 방어율 1.93의 특급피칭을 선보인 큰 경기 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 정민태는 "시즌 막판 체인지업 등 변화구 비중이 높았고 SK 타자들에게 바깥쪽 승부를 많이 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역으로 직구 위주로 몸쪽 승부를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비록 7회 2루수 박종호의 에러로 시작된 위기에서 디아즈, 정경배에게 연속타를맞아 1실점(비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구원투수 권준헌이 김민재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한점을 더 내줬지만 팀에 승리를 선사하는데는 충분했다. 정민태의 이날 활약은 사실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올시즌 SK와의 경기에서는 4승 무패, 방어율 2.90으로 강했던 데다 특히 이날경기가 열린 수원구장에서의 성적만 따지면 3승 무패, 방어율 1.93으로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 2년 동안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온 정민태는 다승왕(17승), 승률왕(0.895)에 오르며 화려한 복귀 신고를 했다. 방어율(3.31), 탈삼진(122개)에서도 각각 3위에 오르는 만점 활약으로 팀이 3년만에 한국시리즈로 직행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일본 진출 전해인 2000년 시즌부터 계속된 선발투수 연승행진 숫자를 21까지 늘리며 이 부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승리팀의 우승 확률이 80%이나 된다는 한국시리즈 1차전의 중책을 멋지게 소화해낸 정민태가 3번째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