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첨단기술 전시회로 불리는 선전 첨단기술 교류회.17일 폐막한 이 전시회에서 세계 2위의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가 중국 가전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연내에 모토로라 브랜드의 디지털 TV, LCD(액정표시장치) TV,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플레이어 등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중국의 웨이관집단이 생산을 맡기로 했다는 전략적 제휴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모토로라의 가전시장 진출은 델컴퓨터와 휴렛팩커드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들이 잇따라 가전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기술융합화의 한 사례다. 눈길을 끄는 건 모토로라가 가전제품을 출시할 첫 지역으로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닌 중국을 택했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대표)는 다국적기업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토로라가 추구하는 '중국사업을 통한 위기탈출' 사례는 이미 중국에서 여러건 있다. 한국의 대우종합기계가 워크아웃을 2년만인 2001년 말에 졸업한 것도 옌타이 공장에서 만든 굴삭기가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남전자 역시 지난 2001년 가을 법정관리를 3년만에 탈피하는 데 둥관공장의 이익 송금 기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언론에는 요즘 '종부(總部)경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경제효과를 이르는 말이다. 한국 경제가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등으로 예측불가능한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는 사이 중국은 다국적기업 글로벌 경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