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온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이달 말로 예정된퇴임을 앞두고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항해 이슬람권이 단결할 것을 촉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들은 그의 발언이 깊은 통찰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환영한 반면,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각국과 이스라엘은 발끈하고 나섰다. 마하티르 총리는 1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이슬람회의기구(OIC) 정상회담에 참석해 행한 연설을 통해 "유럽인들이 유대인 1천200만명중 600만명을 죽였으나 오늘날 유대인들이 세계를 대리 지배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싸우고 죽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들(유대인)에 맞서 상대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2000년동안의 대학살을 반격이 아닌 사고로 이겨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로 반세기가 넘게 싸워왔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상황은) 전보다 악화됐다"면서 "우리가 잠시 멈춰 사고를 했다면 최종적인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유대인들은 "억압을 피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기 위해 사회주의, 공산주의, 인권, 민주주의 등을 고안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3억명에 달하는 이슬람교도들이 몇 백만에 불과한 유대인들에게 패배할 수는 없으며 무력이나 폭력대신 머리를 써야한다"면서 정치.경제적 전술을 갖고 단결해 유대인들에게 대항할 것을 촉구했다. 마하티르 총리의 발언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이슬람권 대표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는 현 상황에 대한 명석하고 심오한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그의 연설은 우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이슬람권이 해야할 일"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애덤 어랠리 대변인은 마하티르 총리의 발언이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것이며 "경멸과 조롱을 받을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도 "그런 회의에서 `이스라엘 때리기'라는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보다 온건하고 책임있는 선언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은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베를린주재 말레이시아대리 대사를 소환하는 등 마하티르의 `유대인 대학살' 언급에 대해 발끈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OIC 회의에서 라크다르 브라히미 특사가 대독한 연설을 통해 이슬람교도들의 모욕감이나 분노, 두려움 등은 이해하지만 자살폭탄공격은 이슬람에도 해가 되는 것이라면서 "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마하티르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던 관행을 깨고 "세계를 유대인과 비유대인 그룹으로 양분하려는 모든 시도는 잘못된 것이며 대부분의 호주인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범죄자들을 추적해온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사이먼 위센털센터의 에이브러햄 쿠퍼는 "그의 발언이 우려되는 것은 발언이 행해진 시기와 장소, 청중들 때문"이라면서 "오늘 마하티르의 발언은 유대인들에 대한 테러리즘과 증오에 찬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년간에 걸친 말레이시아 통치를 끝내고 이달말 퇴임할 예정인 마하티르총리는 그동안 미국의 친(親) 이스라엘 정책이나 이라크 전쟁 등을 거침없이 비난해왔으나 국내에서는 침체된 경기를 회생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푸트라자야.워싱턴.베를린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