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한파가 몰아친 강남권 부동산시장에서 호가하락에 이어 '팔자' 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매물난을 보이던 강남,서초,송파지역에서 하루 사이 수백개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자'세가 자취를 감춰 거래가는 '역(逆)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물 홍수 15일 벼룩시장의 인터넷사이트인 파인드올에 따르면 토지공개념 발표 당일(13일) 1천8백73건이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도 물량이 14일에는 3천8백92건으로 하루 사이 두배이상으로 급증했다. 강남구의 경우 발표 당일 매물은 3백24건에 불과했으나 14일 하루에만 1천5백18건의 신규매물이 접수됐다. 하루 사이 5배이상 매물이 폭증한 셈이다. 서초구도 관망세를 보이던 아파트 소유자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31건에 불과했던 매물이 14일 4백40건으로 늘어났다.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송파구도 14일 하루에만 1천9백65건의 매물이 매수자를 찾아나섰다. 특히 국내 최고가 주상복합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발표 당일 한건의 매도물량도 없다가 14일 1차 1백평형대 12건,2차 1백평형대 4건 등 모두 2백60건이 매물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치는 그동안 온갖 조치에도 오뚝이처럼 가격이 회복됐던 은마아파트에 직격탄을 날렸다. 발표 당일에도 매도물건이 없던 은마아파트 31평형은 14일 1백55건이 팔아달라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로 쏟아졌다. 34평형도 2건에서 1백6건으로 매물이 급증했으나 매수세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매물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상 대통령이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용으로 집을 샀던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남구 청실1차 아파트 매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평형에 걸쳐 매물이 전무했던 이 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팔자매물이 나오면서 30여건이 쌓여 있다. 강남구 개포동 대청,주공1단지의 매도물건도 수십건씩 쌓여가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매도호가가 실종된 상태다. ◆매도호가는 '역시세'형성 매수세가 없는 가운데 급매물이 쏟아지다 보니 매도가격이 실종된 상태다. 엄청난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지만 매수자가 없어 가격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얼마전 매도자 없이 매수자만 있어 부르는 게 거래가로 굳혀졌던 '시세'현상과 달리 팔자세가 집중되면서 매수자가 부르는 가격이 거래가가 되는 '역시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7천만원 가량 떨어진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하루새 2백건이 넘는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으나 역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급하게 처분하려는 집소유자들이 매수자가 부르는 가격에 팔아달라는 주문이 늘고 있다. 은마아파트 내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하루 사이에 이처럼 많은 매물이 쏟아져 나올 줄은 몰랐다"며 "사자세가 실종된 상태여서 당분간 매도호가도 형성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