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상파 TV는 미국식,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는 유럽식, 위성 DMB는 일본식?' 디지털 지상파TV 전송방식 결정 번복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부가 위성 DMB 전송방식으로 일본식을 채택키로 내부적으로 확정했으나이 방침이 자칫 또다른 전송방식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6일 정보통신부 방송위성과 등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국내 위성DMB전송방식 표준으로 일본식(시스템 E)을 택하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하고 고시 등 외부적인 행정절차만 남겨 둔 상태다. 그러나 위성 DMB 국내표준으로 일본식을 택할 경우 `원칩' 솔루션을 제공하는유럽식의 지상파 DMB와 호환되지 않아 디지털 지상파TV 전송방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재연(再燃)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각종 디지털방송의 기술표준을 결정하면서 분야별로 서로 호환되지 않는 방식을 따로따로 채택하는 바람에 매체간 콘텐츠 호환이 어려워지고 통합수신기 개발에도 비용이 많이 들게 돼 아직 보급 초기단계인 이들 디지털 방송의 보급에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경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위성DMB 표준화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공청회를통해 일본식을 국내 위성DMB표준으로 하는 방안을 정보통신부에 추천했고 정보통신부는 이에 따라 일본식을 채택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국내 위성 DMB 전송방식이 일본식으로 결정된 것은 당시 일본업체와 제휴해 위성DMB용 주파수를 확보했던 SK텔레콤의 주장을 따른 것이었다. SK텔레콤은 처음부터 일본 위성DMB 컨소시엄 MBCo에 지분참여를 해 한국 지역주파수 사용권을 따냈으며 MBCo의 위성을 공유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본식을 채택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으며 당시에는 주파수를 확보한 업체가SK텔레콤밖에 없어 정보통신부로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우리나라가 KT의 위성DMB 사업용으로 신청한 추가 주파수를 획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KT는 SK텔레콤과 같은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주파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기술종속 우려가 있고 시장도 좁은 일본식보다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지상파 DMB와도 호환되는 유럽식을 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KT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은 어쩔 수 없이 일본식을 한다 하더라도 필요할 경우KT만이라도 유럽식 위성DMB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 = 지상파DMB와 위성DMB는 영상, 오디오,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디지털방식으로 방송하는 서비스이고 7인치 내외의 소형 단말기를 이용한 이동형서비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이 두 가지를 함께 볼 수있는 공용 단말기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위성 DMB 전송방식을 일본식으로 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방침이 고시를 통해 확정되면 단말기에 두 개의 칩이 따로 내장돼야 하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높아지고 회로도 복잡해진다. 반면 유레카-147 기반 유럽식 전송방식의 경우 수신부만 달리하면 지상파DMB와위성DMB를 단일 칩으로 이용할 수 있다. ITU-R(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이 승인한 위성DMB 기술표준으로는 시스템 A(유럽식), B, Ds, Dh(미국식), E(일본식) 등 5가지가 있다. 유럽식의 최대 장점은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수용된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의 `유레카-147' 기반 DMB 표준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비, 수신기 업체 등이 세계시장에진출하기도 쉬워 수출 유발 효과가 크고 도시바 진영이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식을채택하는 경우보다 기술사용료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지상파 DMB의 경우도 이 표준을 사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지상파 DMB와의 호환성 문제도 간단히 해결되며 이미 상용화되고 검증된 기술이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위성만 쏘아올리면 곧바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에서 위성 DMB의 전단계로 상용화된 위성 DAB(디지털오디오방송) 서비스는거의 전부 유럽식(시스템A)이다. ▲전망 =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가 방침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 방송위성과는 "이미 결정된 일이고 사업이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지상파DMB와 위성DMB가 같은 기술표준을 사용하는 쪽으로 결정이 됐다면여러 모로 좋았겠지만 당시 상황상 어쩔 수 없었고 이미 방침이 정해져 업체들이 사업을 진행해 온 상황에서 이를 뒤집거나 복수표준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내년 초 일본 MBCo와 함께 위성을 쏘아올려 내년 안으로 위성DMB 상용서비스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위성 DMB 사업권 허가가 공식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KT는 자체 위성을 쏘아올려 2006년께 위성DMB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전제로 시장추이를 지켜보면서 전송방식, 서비스 방식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의 지상파 방송국들이 주도하는 지상파 DMB는 무료로 제공돼 보급이쉬운 반면 위성 DMB는 유료로 제공되는데다 투자비 부담이 지상파 DMB에 비해 약 10배 높기 때문에 사업 초기 시장진입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위성DMB 사업의 수익성이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