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하면서 SK그룹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은 휴일인 3일에도 주요 임직원들이 회사에 나와 검찰의 수사 진행상황을 알아보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17일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SK사태'로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SK그룹은 오너인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 7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겨우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이자 경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손 회장이 불법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상당기간 경영권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는 손 회장 사법처리가 현실화될 경우 당장 채권단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눈앞에 둔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정상화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그동안 수차례의 청산위기를 넘기고 겨우 정상화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정상화를 위해서는 SK㈜와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계열사간 조정역할을 도맡아온 손 회장의 존재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또 손 회장이 구속되면 그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중국사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중국사업에서 찾고 있는 SK는 지난 99년 이후 손 회장 주도로 '중국기업 SK'라는 모토아래 적극적인 중국진출을 추진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손 회장의 공백은 성장동력의 상실을 야기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그룹 전체의 존립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SK 안팎의 분석이다. SK 관계자는 "손 회장의 구속은 SK의 대외신인도뿐 아니라 한국 재계 전체의 대외신인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SK는 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인신구속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황두열 SK㈜ 부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의 원로급 전문경영인들이 손 회장의 역할을 대신토록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뒤 요양차 입원중인 최태원 회장의 조기 경영복귀도 점쳐지고 있지만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은 재벌 2세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여론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