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경영 선진화의 척도처럼 여기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란 엄밀히 말해 미국식 경영환경에 최적화된 기업조직과 경영방식이기 때문에 여기에 한국기업 혹은 후발주자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수용하다가는 자칫 한국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쟁우위마저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 수준의 한국기업에 도전한다'(박철순·수만트라 고샬 지음,21세기북스,1만8천원)는 세계 최고를 꿈꾸는 한국의 경영자와 기업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서 한국적 환경에 맞는 경영모델을 전략적,조직적,경영자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박철순 서울대 교수와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인도의 수만트라 고샬 교수가 10여년 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이 책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는 현실에서 꼭 읽어볼만 하다. 빠른 시간 안에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한국기업의 급진적 발전 전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그런 경영모델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을 10여 개 한국기업에 대한 밀착 사례연구를 토대로 제시하고 있다. 거북이가 잠자지 않는 토끼를 따라잡는 방법은 토끼가 선택한 길과는 다른 지름길을 찾고,그에 맞는 주법을 익히는 것이라는 저자들의 비유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캐논이 이런 지름길 전략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캐논은 제록스가 장악하던 복사기 시장에서 제록스와는 달리 개인용 소형복사기에 집중함으로써 성공했다. 반면 제록스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했던 IBM과 코닥은 실패를 맛보았다. 조직적 과제에서는 무엇보다도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훌륭한 인재가 기업의 가치창출논리와 맞물릴 때 거둘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LG전자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전 조직에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가적 정신을 불어넣는 경영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유한양행은 기업이 조직의 안팎에서 운명공동체적 관계를 맺을 때 경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의 특징은 우리 기업과 경영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본 원리를 근본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한 후 도입하며,글로벌 스탠더드보다 우수한 고유의 경영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이 획일화된 미국식 경영기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한국적 경영철학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