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7월부터 도입하겠다는 퇴직연금제는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장점이 많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잘만 운영되면 퇴직금 지급보장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중간정산 등으로 노후보장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현행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다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운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무엇보다도 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주식 채권 등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해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의 최후보루라 할 수 있는 퇴직금마저 날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용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이 막막해지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기업의 현실적인 자금부담 능력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제도도입에 따라 추가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나 상당수 기업들이 퇴직적립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자금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퇴직금제도와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 등 풀어야 할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 자체의 장점에만 집착한 나머지 과욕을 부려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1차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의 퇴직소득 보장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부수적이라 할 수 있는 증시부양 효과에 집착해 자산운용상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제도의 조기확산을 위해 부담능력을 무시하고 기업들에 도입을 강요해서는 노사간 분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를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어떻게 연계시킬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연구검토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