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난 1999년 2월 계좌추적권을 2년 시행조건으로 도입했다. 공정위는 2001년 계좌추적권 종료시한이 다가오자 법을 개정해 시행시기를 2004년 2월4일까지 3년 연장했다. 최근 계좌추적권 만료시한이 다시 다가오자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을 5년 더 연장하겠다며 법을 고쳐 입법예고했다. 한마디로 상설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은 도입시점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내부 거래는 기업의 정상적인 거래 행태이다. 그룹내 계열사간에 거래를 하든,시장에서 거래를 하든 그것은 기업이 선택할 문제이다. 문제가 된다면 동일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의 지원을 받은 타 계열사가 이를 지렛대로 약탈적인 가격책정으로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다른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정도이다.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으로 적발한 부당내부거래에서 실제 지원액은 거래규모의 평균 4.9%에 불과하다. 세법의 기준인 정상가격의 ?30%에 비하면 너무 낮고 시장의 거래 실태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가격차이가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내부거래만을 부당내부거래로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순 지원행위를 문제삼아 포괄적으로 내부거래를 규제하고 계좌추적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 그 예를 찾기 어렵다. 지원성 거래로 인해 경쟁이 제한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거래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금문제로 귀결된다. 국세청이 계좌추적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조사해 지원행위가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거나 증여에 해당하면 국세청에서 세금으로 추징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내부거래를 통해서 대주주의 지분이 낮은 계열사로부터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로 지원행위가 이루어져 대주주의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터널효과(tunneling effect)가 존재한다면 이는 기업지배구조 측면이나 자본시장의 규율에서 해결할 문제이다. 외환위기 이후 각종 기업내 외부통제장치 강화로 기업지배구조와 경영내용 공시 및 대주주의 책임 등에 관한 제도개혁이 이루어져 내부거래로 인한 문제는 주주나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시장규율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계열사간 지원성 거래를 하게 되면 그룹 전 계열사의 주가에 반영되며, 소수 주주들은 권리행사가 용이해져 책임추궁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출석요구권 자료영치권 및 현장출입권 등 강제조사권에 근접하는 조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좌추적권이 없기 때문에 기업집단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시 계열 금융기관을 통한 불법 자금지원 내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부당지원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관련 기업의 장부나 기타 서류 및 관련 임직원의 진술을 통해 쉽게 행할 수 있으므로, 굳이 금융계좌까지 추적할 필요가 없다. 부당지원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관련 기업의 장부나 기타 서류 및 관련 임직원의 진술을 통해 행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금감원이나 국세청에 법적으로 계좌추적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해주면 될 것이다. 이것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엄격히 규정하고 최소한의 예외만을 인정하는 취지에도 합치된다. 현재 공정위가 행정적 절차의 타당성을 담보하는 통제장치 없이 내부거래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은 금융실명법에 명시한 최소한의 예외인정 범위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를 재벌규제가 아닌 시장경쟁 과정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경쟁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개별 내부거래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경제적 분석을 담당할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공정위는 행정편의주의적인 계좌추적권 연장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