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은 아시아국가들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근거로 무엇보다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꼽고 있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달러를 대거 사들인 결과라는 논리다. 실제로 아시아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수년간 크게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대만 한국 등 3개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는 올들어서만 1천7백억달러 급증했다. 지난해말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또 중국 홍콩을 포함한 이들 동아시아 5개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3천3백억달러로 전세계 외환보유고의 50%에 달한다. 대부분 아시아국가들은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헤지펀드 등의 공세를 차단할 목적으로 꾸준히 외환보유고를 늘려왔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증가세가 가파랐다. 아시아국가들의 대미수출이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도 동시에 급증했던 것으로 볼수 있다. 미국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국가들의 국내저축률도 외환증가의 또다른 요인이라는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경우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FDI) 급증 외에도 위안화 평가절상을 막기위한 외환시장개입(중앙은행의 달러매입) 등이 외환보유고 증가에 큰 몫을 한게 사실이다. 중국의 외환보유 규모는 8월말 현재 3천4백70억달러에 이른다. 일본(5천5백51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일본도 지난 수년간 통화확대 및 환율안정을 겨냥, '엔화를 달러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꾸준히 중앙은행에 달러를 쌓아 왔다. 일본은 올들어 외환시장 개입액만도 10조엔을 넘고 있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금고에서 빠져 나간 달러가 대부분 아시아국가들의 외환보유고로 흡수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제경제연구소 애덤 포센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외환위기 재발을 막자는 목적으로, 일본은 엔화공급을 확대하는 은밀한 수단(back door)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려 왔다"고 주장했다. '늘어나는 외환보유고가 경직된 환율제도의 상징'이라는 미국 유럽의 시각이 강해지면서 당분간 아시아국가들의 외환증가세는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