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거슬러 오르는 열목어처럼.' 몇 해전 인기를 끌었던 유행가 가사와도 비슷한 이 구절은 ㈜동산압연(www.em.co.kr) 서범랑 대표의 인생여정을 잘 축약하고 있다. 동 합금,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재질의 냉간 압연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동산압연은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며 동종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던 지난 98년 반대로 급성장을 거듭한 특이한(?) 이력의 중소기업이다. 현재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이 회사는 IMF 때보다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주문물량이 밀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는 서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창조적 도전의식과 불굴의 개척정신,강인한 추진력 때문이다. 실제로 동산압연의 공장에서 가동되고 있는 모든 기계 설비류는 그가 냉간 압연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직접 설계·제작한 것들 뿐이다. 서 대표는 이미 개발된 기술에 기초해 지난 3월에는 '이종금속 모형레일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실력만이 당당히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길이라는 생활철학과 새 것에 대한 도전의식 등 그가 성장하면서 체득한 무형의 자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 대표가 보유한 고도의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산압연은 모형레일과 전자부품,컴퓨터 나노소재,지퍼 등의 생산제품을 현재 중국과 홍콩 대만 캐나다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나노소재 개발을 위해 전 공정의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이 회사는 조만간 중국에도 공장을 개설할 방침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승승장구하던 동산압연에도 물론 시련은 있었다. 중소기업에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인력수급난은 탄탄한 내실을 자랑하는 동산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26살에 처음으로 금속압연 분야에 뛰어들어 17년간 외길만을 걸었습니다.비전을 본 거죠.요새는 끈기와 장인정신을 가진 젊은이를 찾기가 참 힘듭니다.물론 이공계를 외면하는 정부의 비현실적인 교육시스템도 문제지만요." '사람만이 미래를 만드는 생산적 자본'이라고 강조하는 서 대표의 성공법칙엔 이타적 경영철학이 있다. 기업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버는 것.일의 주체인 사람을 외면한 채 업적·물질만 숭상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주역 졸부들에게 맨주먹으로 일어선 '진짜 성공인' 서 대표가 던지는 쓴 소리다. (032)872-1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