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민영화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당장 논의의 중심권에 들어서 있지만 산업자본 진출허용 문제, 외국 자본의 금융시장 잠식 우려, 세수 확보 문제와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 문제 등의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에 대한 산업자본 진출 `변수' 우리금융은 30일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보유 지분 86.8%를 가급적 연내에 50%로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해외 상장을 통한 주식예탁증서(DR) 15% 발행과 함께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분 10∼20%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해외 투자자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일부 협상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국내 자본 진출을 허용할 것이냐의 여부다. 현실적으로 외국 자본만 매각 대상으로 한정하기 어려울 뿐더러 10∼20%의 지분 물량을 소화하려면 국내 자본참여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게 우리금융측의 판단이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 이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지분이 외국계 투자펀드로 속속 넘어가는 데 대한 사회적 반대 기류가 대두되면서 국내 자본에도 참여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여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 여력이 있는 국내 자본 대부분이 `산업자본'이지만 은행법상 지분보유 한도(4%)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사실상 진출이 봉쇄돼 있는 형편이다. 국내 자본으로서는 지분 4%를 인수해도 은행 경영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어 투자의 매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영화 문제를 논의 중인 우리금융과 정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서는 산업자본 5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4%씩 20%를 공동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집단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산업자본이 사실상 금융업을 지배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돼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차단'을 핵심 개혁 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로서는 수용하기가 곤란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자본이 10% 이상의 지배적 지분을 갖고 산업자본과 사모펀드가 일정 지분을 나눠 갖는 컨소시엄 방식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주력사인 우리은행이 국내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기업 금융 전문 은행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자본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정부가 민영화 방향과 산업자본 진출 허용 문제에 관해 분명한 입장과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민영화 밑그림 불투명 은행 민영화의 `대미'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은행 지분 매각 작업도 다음달 초 주간사 선정을 계기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단 정부는 "올해 안으로 돈을 많이 받는 방법을 찾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껏 민영화 방향과 원칙에 관해 이렇다할 밑그림이 나와 있지 않아 시장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지분 매각을 놓고 정부가 향후 소유.지배구조 변화까지 감안하는 민영화 본래의 취지보다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인상이 역력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어 민영화 향배가 더욱 불투명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에서 국민은행의 목표 주가를 주당 5만3천895원으로 책정하고 총 1조6천억원의 매각 수익을 세외수입 예산으로 잡아 놓은 상태다.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민은행 주가가 목표 주가까지 근접하지 못한다면 헐값 매각 시비를 무릅쓰면서 연내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시사하고 있는 지분 매각 방식도 현 시장 여건에서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보유 지분을 장외에서 매각한다는 입장 아래 전략 투자자, 특히 해외 자본을 대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선호하는 눈치다.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마당에 이왕이면 해외 자본에 대주주 지분을 넘기는 것이 모양새가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국민은행측은 자사주 형태로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제시하고 있으나 해외 자본 유치를 선호하는 정부로서는 탐탁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에 맡기거나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으나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영향력이 남는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어차피 국민은행이 민영화 이후 특정 대주주 없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격 조건만 충족된다면 전략적 투자자 상대 매각과 자사주 매각 등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