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분당과 신당 출현을 계기로 정가에 `내각제 개헌론'의 풍선이 다시 띄워지고 있다.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고문이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과 민주당만갖고도 개헌선을 훨씬 넘는다"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리더십에 불안이 느껴지면 개헌을 통해 내각제를 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 이에 앞서 17일엔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총무가 노 대통령의 `기존 정치질서와해' 발언과 관련,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선 여당내의 싸움을 붙이거나 작은 테크닉을 쓰기보다 내각제 개헌을 고려해 보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내각제론의 화신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외에도 한나라당내에선 대선 패배 이후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내각제 개헌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은 물론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 등은 내각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거나, 내각제 개헌 논의가 불가피해질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당 호남출신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내각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나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분권적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고, 호남의 맹주를 꿈꾸는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역시 총선 결과에 따라한나라당, 자민련 등과의 내각제 연대를 내심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권력분점을 위해선 지역주의와 보.혁의 다양한 색깔을 수용해야 하는데 현행 대통령제는 그릇이 못된다"면서 "호남과 영남의 현실적지역주의를 억지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면서 권력분점을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내각제 개헌론은 총선을 앞두고 정파간 합종연횡을 위한 `고리 찾기' 차원, 지역주의를 현실로 인정하는 분점형 권력구조,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하는 정치인들의 성향이 주로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보혁재편을 가정한 `보수대연합'모색 등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총선전 내각제 개헌론의 본격 제기나 확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우세하다. 무엇보다 내각제 개헌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긍정적이지 않지만,내각제 개헌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지난 90년 3당 합당 당시 민정.민주.공화당간 연결고리가 내각제였고, 97년 대선때 `DJP 연합' 역시 내각제 합의로 가능했지만, 모두 집권한 쪽의 약속파기로 무산됐기때문에 내각제는 `권력 나눠먹기'의 수단이나 야합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각제 개헌론은 대부분 권력관계에서 약자나 패자측이 활로모색을 위한 현상타파 차원에서 제기하는 양상도 내각제 개헌론의 진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구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북핵문제 등 국내외의 여건 역시 `개헌론' 자체에 불리한상황이다. 민주당 잔류파의 한 의원은 21일 "총선전 내각제 공론화는 신당측에 `권력 나눠먹기의 구태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치가 필요하다'는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들어 내각제가시기상조이며, 차기 대선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내각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통합신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20일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3당 공조에 의한 내각제 개헌론'에 대해 "국민이 허용치 않을 것"이라며 "개헌을 추진하면정치권에 일대 혼란이 와 민생.경제.한반도평화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 내각제 개헌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많은 것은 사실이므로 앞으로도 총선을 전후해 내각제 개헌론이 기회있을 때마다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