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 위협을 `공갈'로 판단, 핵프로그램 파기 대가를 바라는 북한과의 거래를 일축하고 있는 미국은 큰 사고(思考)로 이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미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이 17일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지난 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은 미국이 아직북한 핵개발 위기를 탈출할 방도를 찾지 못했음을 보여주었으며 6자회담이 지속되더라도 그 전망은 어둡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오핸런 연구원의 기고문을 요약한 것이다. 『기본적인 `딜레마'는 이해하기 쉽다. 북한은 상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한자신들의 자산 가운데 유일하게 값어치가 있는 핵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요구를 공갈.협박이라고 보고 그러한 거래를 일축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외교관계 개선과 경제 교류를 위한 대화에 앞서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부시 행정부는 대화 참가국들이 북한의 핵무장 포기를 함께 주장하고 북한으로하여금 벼랑끝 전술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6자회담을 고집했다. 미국은 또 일본, 호주, 프랑스, 독일 등이 국내법을 이용해 무기,마약,위조지폐를 수송하는 북한 선박을 나포해 조사할 수 있는, 독창적 `확산안보안'을 정립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카드'도 기본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시 행정부의 전략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점 진적으로 목이 죄어들어가는 듯한 경제난 속에 완고한 북한 정권은 다시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테러리스트에게 `위험한' 무기를 파는 것을 고려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 일본도 미국의 전략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아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미국은 크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많은 것을 주고 그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 경제개혁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는 북한으로 하여금 심각하게 경제개혁을 시도하도록 몰아붙이는 게 목표다. 북한이 재래무기 감축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그 대가 지불에 더욱 관대해 질수 있다. 이는 결코 공갈.협박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공산주의적 방식이 자멸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비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동지들이 변화에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그들의 지배는 급격히 개조될 것이다. 이같은 계획은 6자회담 참가국 모두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중국의 경제학자와기술자들은 북한의 시장개혁을 가르치고 러시아는 김 위원장과 그의 군 사령관들에게 침략적 무기통제 검증작업은 침공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안심시켜야 한다. 또 한국과 일본은 북한에 원조와 투자를 제공하고 특히 북한의 재래무기 감축에대한 반대급부로 한국도 재래무기를 감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대북(對北) 경제제재 조치를 즉시 완화한 뒤 궁극적으로 해제하며 나머지 회담 참가국, 국제적 금융기구들과 공동으로 연간 20억달러의 원조를 북한에 제공해야 할 것이다. 원조는 현금의 형태여서는 안되며 일시불로 제공돼서도 안된다. 물론 이같은 접근방법도 실패할 지 모른다.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또 다른 `사전적 공격'을 단념시키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북한 지도자들이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만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정적 실수가 된다. 우리가 시도해 보고 실패한다면 그 때 가서 고압적인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그 래야만 동북아 파트너 국가들도 우리에게 `외교적인 노력이 진지하게 시도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하기 힘들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