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삼국지'를 탐독하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소설이 없는지 항상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 공부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삼국지'의 영웅들에 못지않은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요. 청소년들이 외국 위인들에게 경도돼 꿈을 키우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작가 김정산씨(42)가 우리나라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하 역사소설 '삼한지'(중앙M&B,전10권)를 완간했다. 책은 서기 580년부터 신라가 나당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약 1백년간의 격동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제목으로 쓰인 삼한(三韓)은 고구려·백제·신라를 통칭해 불렀던 '삼국'의 다른 이름으로 '삼국사기' 등의 사료에서 그 예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집필에만 6년,사료 수집과 구상 단계까지 포함하면 꼬박 10년의 세월을 이번 작품을 위해 바쳤다. 작가는 예스러운 말투를 살리고 이야기 구조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 대신 사설조로 이어지는 글투를 택했다. 또 되도록 각 지방 특유의 말법과 단어를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의 고대사 쪽에는 전해 내려오는 사료가 많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사의 진실을 최대한 구명한다는 자세로 썼습니다." 집필에 매달리는 동안 일정한 수입원이 없었던 김씨에게는 생활고를 해결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카드 돌려막기 등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잡지사 등에서 원고료로 10만∼20만원씩 줄테니 글을 써달라는 청탁도 있었어요. 하지만 소위 잡문(雜文)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더군요. 힘든 생활을 오기 하나로 버틴 셈이지요." 김씨는 지난 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작품으로 '박물관 제3전시장의 그림'(93) '한국지'(94) '나당대전'(98) 등이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