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아파트 창가에서 매미가 울어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암컷을 끌기 위해 수컷이 울고 다른 수컷이 울면 더 크게 운다는데 한밤에 사랑싸움을 하는지 갈수록 요란하게 울어댔다. 베개를 뒤척이며 조용해지기를 기다렸지만 소용없었다. 고약한 놈들 야근이 심하군! 사랑채 마루에서 미루던 방학숙제를 하다가 저녁노을이 질 때면 감나무에서 씨~롱 씨~롱 울어대던 고향마을 매미가 생각난다. 그때는 정겨웠는데 요즘은 밤낮없이 울어대니 지겨워 진다. 옛날에는 낮에만 울던 매미가 지금은 전등불이 밤도 대낮같이 환하게 밝혀주니 미물도 저렇게 변하는구나. 어릴 때 빨갱이라면 얼굴이 빨간 줄로 알고 겁났는데 지금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빨간 옷을 입고 빨간 꽃 장식을 흔드는 북쪽 미녀응원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다가 김정일을 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남쪽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북쪽 기자들이 돌진해 싸움이 일어났다. 공격한 북측이 간다고 겁을 주니 얻어맞은 남측은 금방 사과하고.팔이 밖으로 굽으면 부러지는데.세월이 반 백년 흘렀는데도 세계 사람 모아 놓고 남북이 아직도 이러고 있다. 서해교전으로 남쪽의 아들이 죽던 날 금강산에서는 남쪽 아저씨들이 관광한 것을 두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하더니. 택시 타고가다 술김에 대통령 욕했다가 파출소에 붙잡혀 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야당도 여당도 듣기 민망할 정도로 대통령을 몰아친다. 정부가 하는 일을 두고 여당이 반대하고 검찰의 정치자금수사를 두고 여당이 비난한다. 옛날에 '제왕적' 대통령이 대권과 당권을 쥐고 공천권과 정치자금을 주무를 때는 그러지 못했는데.툭하면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꽹과리를 치며 파업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해졌다. 경제는 기울고 청년실업은 늘어만 가는데 경영권까지 내놓으라는 삿대질에 주눅 든 기업들은 외국으로 가겠다고 한다. 화물연대는 올해 들어 두 번째 파업이다.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처리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길을 막으며 떼를 쓴다. 폐기물보다 더 한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설 때 울진 월성 고리 영광 사람들은 말도 제대로 못해 봤는데. 변하는 속에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옛날부터 뿌리를 뽑고 뽑은 부정부패인데 지금 몇 백억원의 정치자금을 주무르다 준 사람은 자살하고 받은 사람은 구치소에 있다. 불법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엄정한 법집행'을 한다는데 엄정은 고사하고 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진국 휴양지는 성수기에 비싸고 전망에 따라 호텔요금이 다른 게 보통인데 우리는 사시사철 같은 요금을 받으라는 '바가지요금' 타령이 해마다 방송을 탄다. 외국투자를 유치한다고 하면서 내국기업은 재벌이라고 투자를 못하게 하고 지주회사가 어떠냐고 경영간섭에 나서기도 한다. 어떤 고등학교가 정부 돈 안 받고 자립고가 되겠다는데 '위화감' 때문에 안 된다며 돈을 받으라고 정부가 '떼'를 쓴다. 그러니 해마다 개혁하는 교육이 그 모양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어디가고 시장경제는 무엇인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노조 기업 국민 정부 모두 지구촌 경쟁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연도태 될 수밖에 없다. 남쪽 북쪽 변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면 공멸한다. '떼' '바가지' '위화감'의 함정을 탈출하지 못하면 2만달러도 공염불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 중에서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를 생각해 본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여러분은 선의의 법령과 규제로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업자 양조업자 제빵업자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 이익 추구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는 가운데 사회나 국가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킵니다"라고 말했다. 매미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밤은 깊었다. 우리는 매미만큼이나 변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