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은 27일 창간한 인터넷신문 `업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에 대한 견해도 밝히는 등 자신의 통일관과 시국관을 피력했다. 김 추기경은 안병영 업코리아 대표와 가진 창간인터뷰에서 "햇볕정책으로 남북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협력이 이뤄졌는지 심각하게 성찰해봐야 한다"면서 "북한은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세와 체제에 아무 변화가 없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남한에 친북ㆍ반북의 분열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추기경은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 체제적' 통일론은 분명히반대한다"고 통일지상주의를 경계한 뒤 "남북문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되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념과 국민적 공감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화해의 가장 큰 열쇠는 신뢰형성이다"고 전제하고 "그런 의미에서 남북 만남의 마당을 북의 선전장, 북의 입지 강화의 자리로 삼는 것을 지양해야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추기경은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죽음과 햇볕정책을 연결지으며 "남북경협에 투신해 햇볕정책에 적극 동참했던 그의 죽음은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으며제가 햇볕정책을 성찰적 입장에서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의 죽음과 무관하지않다"는 주장을 폈다. 김 추기경은 현 정부에 대한 평가 요청에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직도 불안한게 사실이다. 처음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는 자꾸만 무너진다"고 실망감을 직설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이제는 제발 그의 소신이 이 나라와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가지 않기를 빌고 있다"면서 "그 분이 세례를 받았는데 성당에 다니지 않는다고 제게 말한 일이 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고 종교적으로 서운한 감정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김 추기경은 "요즈음 저 자신이 구세대에 속한 존재임을 하루하루 절감한다. 이웃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심경을 토로한 다음 "이제 참으로 기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