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실업률이 증가하고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범죄'가 급증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카드깡 등 신용카드 범죄는 신용불량자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는데다 카드빚을 갚기 위한 납치나 강도 등 강력범죄로 증폭되는 사례마저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2일 경찰청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개인 신용불량자는 전달에 비해 1개월 사이에 12만1천여명이 늘어난 334만6천명이며, 이 중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는 207만명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 신용카드 범죄 급증 =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달까지 신용카드 관련범죄 건수는 모두 2천43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7월)에 비해 21%나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하루 평균 11.5건으로 신용카드 관련 범죄가 약 2시간마다 1건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1∼7월 기준으로 지난 2000년 212명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844명으로 늘었고 지난 해는 3천188명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 들어 신용카드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7월 말까지 3천481명으로 전년 동기에비해 9% 늘었으며 이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천392명으로 지난 해를 기준으로 16%나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범죄 유형을 보면 훔치거나 잃어버린 남의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고 현금서비스를 받는 범죄가 46%로 가장 많았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카드깡을 하는 범죄가 2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에는 과거에 흔히 발생했던 명의도용으로 인한 범죄가 줄어드는 반면 국내에서 빼낸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카드를 위조, 해외에서 사용하는 국제적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경찰측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경찰에 검거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30대 여성 부동산 컨설턴트 살해범도 카드빚 500만원을 갚으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21일 부산 동래구에선 카드빚에 시달리다 여대생을 납치, 신용카드를빼앗아 1천100만원을 부정인출하고 성폭행까지 한 일당 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박철수 경위는 "외국에서 위조된 신용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범죄는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카드범죄 전담부서 고려해야 = 경찰청은 카드깡 업자의 `치고 빠지기' 방식의 범죄에 신속 대처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관할 경찰서간 공조망 구축을 추진중이다. 공조망이 구축되면 `피해자 신고→금감원→경찰청→지방청→관할서'로 이어져피해자 신고부터 수사 착수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되는 현행 신고체계가 `피해자 신고→금감원→관할서'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금감원에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서 담당직원의 e-메일로 바로 피해 사실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결과적으로 2단계가 단축됨에 따라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조망 추진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깡은 신속한 수사착수가 중요하지만 카드 범죄의 범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관할서별로 사건이 분산될 우려가 있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지방청이나 경찰청에서 전담 부서를 마련하는 것이 광역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카드범죄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는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것 또한 카드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훔치거나 빼앗은 신용카드 정보를 빼내는 게 고작이었지만 신용카드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주유소와 식당 등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신용카드 정보를 빼낼 수 있고 이를 악용해 카드를 쉽게 위조할 수 있기 때문. 또 인터넷 쇼핑 등에서 사용한 개인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리스트가 대량으로매매되거나 해킹으로 유출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개개인이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생계형 카드깡 범죄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