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한국축구대표팀이 2003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때는 늦었지만 감격적인 승리를 신고했다. 이미 8강이 좌절된 한국은 20일(한국시간) 밤 핀란드 라티의 라티스타디움에서열린 대회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34분 터진 이용래의 결승골로 아프리카의복병 시에라리온에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로써 1승2패로 시에라리온(1무2패)을 제치고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발동이 너무 늦게 걸린 게 아쉬운 한판이었다. 공수 조직력이 심하게 흔들려 미국,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한국의 윤 감독은 '필승'을 기치로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한동원을 양동현과 함께 투톱에 기용하고 김정훈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키는 등 포진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이날도 후반 초반까지는 경기가 잘 풀리지는 않았다. 공격에서는 수비수이지만 폭넓은 활동반경을 보인 백승민의 왼쪽 측면 돌파가활기를 띠었을 뿐 패스가 정교하지 못한 데다 측면 센터링도 단조로워 번번이 흐름이 끊겼다. 수비라인도 볼을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는가 하면 상대의 돌파를 쉽게 허용하는등 불안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피'들은 후반 중반 이후 자신감넘치는 경기 운영속에 매서운 공격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낚았다. 드물게 스위퍼 시스템을 쓴 시에라리온은 8강 티켓을 향해 처음부터 공세를 폈으나 균형을 깬 첫 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13분 사무엘 바를라이에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했으나 골기커 차기석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긴 한국은 한동원의 재치있는 골로 기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28분 이용래가 아크 정면 오른쪽에서 찔러준 볼을 한동원이 잡아 수비수 한명을제치고 골지역 앞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차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선취골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정교한 패스워크로 한국 문전을 위협하던 시에라리온은 36분 칼리에 잘로가 동료의 헤딩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한 게 황규환의 발을 맞고 흐른 것을 오비 메츠게르가 가볍게 차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수 강진욱을 빼고 공격수 이훈을 투입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으나 오히려 6분 또 다시 메츠게르에 왼쪽 골문에 꽂힌 중거리 슈팅을허용, 역전됐다. 안상현 대신 이상협을 내보낸 한국은 18분 한동원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나와 땅을 쳤지만 추격에 속도를 냈고 28분 양동현이 한동원의 패스를 골로 연결,동점이 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5분 뒤 양동현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슈팅이 상대골키퍼 손을 맞고 왼쪽으로 떨어지자 달려들던 이용래가 왼발슛,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스페인은 후라도와 세스크의 연속골로 미국(2승1패)을 2-0으로 따돌리고 2승1무로 조1위가 됐다. 스페인과 미국은 나란히 8강에 올랐다. 탐페레에서 벌어진 C조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예멘을 3-0으로 꺾고 2승1무로 조수위가 된 가운데 포르투갈은 먼저 5골을 넣고 5골을 내주는 난타전 속에 카메룬(3무)과 5-5로 비기고 1승1무1패로 2위를 차지, 막차로 준준결승에 합류했다. 이로써 콜롬비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를 포함해 8강 진출팀이 모두가려진 가운데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8강에 단 한팀도 올리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