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보현 국정원 3차장 등 북송금에 개입한 정부 인사들이 정부가 북측에 약속한 1억달러 송금 합의 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18일 '북송금' 특검팀 등에 따르면 이들 북송금 관련 인사 4인은 지난 4월17일특검수사가 시작되자 4차례에 걸쳐 잇따라 접촉을 갖고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를 통해 대북정책 지원금 명목으로 1억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숨기기로 서로 입을 맞췄다. 박 전 장관은 특검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4월말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김 차장을 만나 "1억달러에 대한 사실이 알려지면 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오명을 살 수 있고 남북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입조심을 당부한 것으로나타났다. 5월 중순에는 박 전 장관, 임 전 원장, 김 차장 등 3명이 같은 호텔에서 만나특검조사에서 1억달러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자고 뜻을 모았으며 이 전 수석도 특검에 전격 소환되기 사흘 전인 지난 5월24일 김 차장 등을 만나 1억달러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현대측의 북송금 액수 및 경로를 추적, 1억달러의 존재를포착한 특검팀이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추궁, 정부 대신 1억달러를 송금했다는 자백을 받아냄으로써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박 전 장관은 특검에서 정부가 현대를 통해 대북정책 지원금 명목으로 1억달러를 송금한 사실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측은 2000년 3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보현 국정원 3차장 등이 참석한 남북 정부대표단간 3번째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서 현금 5억달러를 제시했다. 북한측은 이어 같은날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참석한 현대측 협상단을 만나"남한 정부측에 5억달러를 요구했다"고 말했고 정 회장이 "정부로서는 지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자 "그러면 사업권을 줄테니 현대가 10억달러를 내라"고 재차 요구했다. 북측은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이 진행되던 마지막날인 같은해 4월8일 우리 정부측에 5억달러를 요구했지만 "1억달러 이상은 안된다"는 정부측과 줄다리기를 벌이다1억달러에 최종 합의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북측은 또한 현대측과 대북사업과 관련한 송금 액수를 협상하면서 정부가 지급키로 약속한 1억달러에 대한 지급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측은 "정부가 주겠다면 그쪽에서 줘야지 어떻게 우리가 대신 내놓느냐"고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북측이 "당신들이 보증을 안 서면 정상회담도 할 수 없다"며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추가로 통신사업 독점권을 받는 조건으로 북측 요구를 수용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