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11일 전격체포됨에 따라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과 관련한 `핵폭탄급'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 비자금 사건을 맡은 특검과 검찰 주변에선 현대측이 특검수사에서이미 밝혀진 비자금 150억원 외에 이른바 `+α'로 불리는 추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왔던 게 사실. 더욱이 현대측이 대북사업의 원활한 수행과 관련해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 계열사별로 수백억원에서 최고 1천억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 구 여권 등 정치권인사 5∼6명에게 전달했다는 의혹 등도 검찰 수사의 도마 위에 올라 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권씨에 대한 전격 체포는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지각 변동까지 예상되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확실시된다. 검찰은 이날 저녁 7시 30분께 권씨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 현대측으로부터 건네받은 거액의 비자금 수수 경위 및 사용처등에 대해 집중 추궁중이다. 검찰은 현재 `피의사실 공표' 등 이유로 들며 구체적인 수수 액수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다만 수수 시점에 관해서는 "90년대가 아닌 2000년 이후"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권씨가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현대측으로부터 돈을 받은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권씨가 구 여권에서는 `돈줄'로 통했다는 점에서 현대 비자금이 여권의다른 정치인은 물론 야당 정치인에게도 로비성 `보험금' 등 명목으로 돈을 전달했을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 이에 대한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26일부터 모두 3차례에 걸쳐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소환조사하면서 권씨 등을 비롯한 `비자금 수수 인사'의 혐의를 확인한 이상 일단 밤샘조사를거쳐 이르면 12일중 권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씨에 대한 신병처리가 매듭지어지면 검찰로선 비자금 수수에 연루된 여타 정치인에 대한 대대적 소환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어 `여진'은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2000년 4월 중순께 현대측으로 수수했다고 이익치전 현대증권 회장이 진술한 150억원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관련, "박 전 장관이 받은 것으로 현대측이 진술한 150억원이 권씨가 받은 돈과는 무관하다"고 밝혀 현대 비자금 규모가 당초 알려진 100억원대를 훨씬 넘는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권씨 체포 직후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권씨의 금품수수 혐의는 현대 비자금 `+α'와 관련이 있다"며 "그가 받은 액수는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른다"고 언급한 것은 현대 비자금 `150억+α' 가운데 `+α'에 해당하는 돈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훨씬 많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권씨의 비자금 수수 시점을 2000년 4월 총선 이전으로 볼 경우 정치자금법위반 공소시효(3년)가 이미 지난 사실로 미뤄 권씨가 단순한 정치자금이 아닌 현대측의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등 대가성이 있는 돈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권씨를 비롯해 비자금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직 공소시효가 유효한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당초 발표와는 달리 지난달 26일부터 8월2일까지 정 회장을 소환,권씨가 수수한 `+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검찰수사가 정 회장 자살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검찰은 지난 4일 정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 화단에서 투신자살한 변사체로발견되자 정 회장을 3차례 소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수수했다는 150억원 외 `+α'에 대해서는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사실과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비자금의 행방을 추궁받은 끝에 권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털어놓고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결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자살 책임론'에 대해 검찰은 현대비자금 수사와 관련, 정치권을 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음모로 일축하고 정면돌파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등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