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5일 세계 최대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자 보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적절한 에이즈 정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남아공 더반에서 지난 3일 개막된 에이즈 국제회의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장은 전세계적인 에이즈 위기를 `아마겟돈'에 비유하고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아프리카에서 특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금연회의에 참석중인 이 총장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아프리카에서 예방이나 자발적 상담, 검사 따위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방과 함께 치료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남아공 정부가 거국적인 에이즈 치료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감염자들에게 특정 식품 섭취 등을 권유하는 것은 `세계적 안보문제'인 에이즈 대책으로 부적합하다면서 "이는 거대한 물체가 지구에 충돌하는 `아마겟돈'과도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만명을 헤아리는데도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더이상 국제적인 주요의제로 다뤄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고 "약만 먹으면 생명을 구하고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는 에이즈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빈곤국에서는 약을 구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기 때문에 대규모 제약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을 꺼릴 경우 장기적으로 에이즈 퇴치노력이 저해되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을 해쳐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트로바이러스 퇴치약 개발은 연구중심 제약업체에 의존해야 하므로 이들이 꾸준히 새 치료약과 함께 백신을 개발하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해 지금은 비록 통제된 상태이지만 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사스의 재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번 헬싱키 금연회의의 바탕이 된 전세계 192개국의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수용에 대해 담배산업과의 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FCTC를 이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며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FCTC 이행에는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 의지와 자원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이 과업이 5년, 10년 안에 끝나지는 않겠지만 WHO와 금연운동가들이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싱키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