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이면 국내 극장에선 일제히 만화영화를 상영한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대부분 '전체 관람가' 혹은 '12세 이상 관람가'여서 여름방학을 맞은 초·중·고 학생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데다 상영시간도 짧아 하루 6회 이상 올리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ㆍ감독 김문생)가 17일 개봉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디즈니나 드림웍스 같은 할리우드 만화영화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이 방학 특수에 올해는 '원더풀 데이즈'가 도전장을 낸 셈이다. 7년 동안 자그마치 1백26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이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에너지 전쟁으로 세계가 멸망한 서기 2142년.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도시 '에코반'과 주변의 소외지역인 '마르'의 생존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과 이 사이에 빚어지는 삼각관계가 중심이다. 원더풀 데이는 주인공 수하가 첫사랑의 연인 제이에게 약속한, 회색이 아닌 파란 하늘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을 의미한다. 지구 멸망,오염물질을 이용하는 남태평양의 인공도시,선택받은 지배자와 그렇지 못한 피지배자의 대결,삼각관계,어린아이와 동물,코믹한 조연들,하회탈 같은 한국의 전통적 이미지 등 영화의 얼개는 훌륭하다. 장대한 도입부와 전체적인 스케일 또한 관객을 압도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은 초조해진다. 2D와 3D 미니어처 촬영을 겸해 만들어낸 뛰어난 화면에도 불구하고 구성의 엉성함과 대사의 부족함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어린 수하가 에코반에서 왜 쫓겨났는지,에코반의 시스템 비밀을 모두 알고 있다는 노아 박사가 어떻게 마르에 살아있는지,시몬과 수하의 관계는 어떤 건지 알 길이 없다. 만화영화에 필요한 요소는 많다. 스토리에 철학과 영상미,대중성,그래픽적 완성도 등.원더풀 데이즈는 여기에 한국적 이미지까지 요구됐을 테니까 그만큼 부담도 컸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건 확실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잘 짜인 스토리와 내면 심리를 담은 섬세한 대사다. 탄탄한 시나리오 없이 기술만으로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