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는 대학생으로 넘쳐나는 독일 대학이었다.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교육기회 균등의 나라가 독일이었다. 독일 경제의 구조적 침강에는 바로 하향 평준화된 독일의 교육제도가 있었다. 독일은 교육비로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교육 성과는 매우 부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60%나 많은 돈을 교육비로 쓰고 있지만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나타난 결과는 OECD 꼴찌 수준이다. 대학은 '늙은 학생들'로 넘쳐났다. 학생을 제때 졸업시키려는 대학도 찾기 힘들었다. 등록금은 물론 교통비와 생활비까지 국가에서 지원해 주다보니 적지 않은 학생들이 취업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교사들도 경쟁력이 떨어지기는 학생들과 다를게 없었다.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국가공무원 신분이다보니 교육 경쟁력에 대한 동기가 약했다. 학생들은 오전 수업만 했다. 대학입시 경쟁도 낮고 한국의 일부 대학이 도입하려는 지역할당제를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OECD는 "성과 지향적인 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학교에 더욱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독일 교육제도의 개혁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독일 교육제도는 한계점에 이르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